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특별기고/나눔의 미학(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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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09.10. 8)
나눔의 미학
/최종설 인천시교육청 기획관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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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설 인천시교육청 기획관리국장
가을은 나눔의 계절이다. 수확의 기쁨이 있어서 좋고,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겸손이 있어서 좋고, 하늘이 내려준 은혜에 감사할 수 있어서 좋고, 그리고 나눌 수 있어서 좋다.
하느님의 기적 중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이 있다.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천 명이 먹고도 남았다는 기적으로, 한마디로 나눔의 기적이다.
서로 눈치를 보며 나눔을 주저하던 사람들이 어린아이가 가지고 있던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를 선뜻 내어 놓는 것을 보고, 너도나도 자기 것을 내놓아 기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한 사람의 나눔이 옆 사람 또 그 옆 사람으로 퍼져가면서 나눔이 나눔을 낳고,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눔은 나눔 바이러스라고 하고, 하품이나 웃음처럼 감염성이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 사람의 나눔이 수백, 수천으로 이어져 기적을 만든 것이다.
나눔도 나비효과가 있다. 작은 나눔이 커다란 반향으로 확대되고, 사소해 보이는 나눔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더 큰 나눔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나눔이 가진 보이지 않는 힘이며, 나눔의 나비효과다.
‘누가 진정 관심을 갖는가?’의 작가 미국의 브룩스는 1달러의 기부가 19달러의 수익을 창출한다고 했다. 기부가 자선단체들의 사업을 활성화시키고, 연관 산업이 발전돼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가 발전하는 선순환이 된다고 했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는 나눔의 비밀을, 나눔의 기적을 우리 모두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느낀다. 나눔은 희망이다. 고난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추운 겨울 손끝의 시려움을 녹여주는 것은 두터운 장갑이 아니라 연인이나 남편의 사랑스러운 손이다. 체온의 나눔, 온기의 나눔, 마음의 나눔으로 매서운 추위도, 외로움도, 절망도 모두 이겨낼 수 있게 한다.
나눔은 모두에게 삶의 희망과 따뜻한 변화를 가져다주는 활력소인 것이다. 나눔은 어울림이다. 누군가와 함께하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콩 반 쪽도 나누어 먹어야 맛’이라는 말처럼 나누면 더 맛이 있고, 덜 힘들다. 그것이 나눔의 참된 이유인 것이다.
시골에서 10월 상달에 시루떡을 쪄서 이웃과 나누면 빈 접시로 보내는 법이 없다. 그 무엇인가를 다시 보낸다. 품앗이 농사일을 하면서 내 일이 끝났다고 먼저 손을 털고 일어나 쉬는 법이 없다. 아직 마치지 못한 이웃의 고랑으로 넘어가 함께 일을 마치고 일어난다. 나눔이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이 어울림에 있는 것이다.
나눔은 채워짐이다.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아름다운 노력이다. 장님 남편과 앉은뱅이 아내가 서로의 눈이 되고 발이 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부족함과 불완전함이 서로의 나눔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나눔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채워가면서 사는 것이다. 나눔은 설렘이다. 나눔은 받는 사람의 행복을 상상하는 기쁨이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나누어주는 행위는 기쁨과 설렘, 기대와 흥분을 준다. 나눔의 행복과 설렘은 나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낀다.
나눔은 동박새와 동백나무와의 관계같이, 악어와 악어새와 같이, 상리공생의 미학이요, 나무와 겨우살이와 같이 한 쪽은 도움을 받지만, 다른 한 쪽은 손해가 없는 편리공생의 미학이며, 기러기가 수만 리를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날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공생의 미학이다.
나눔은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으며, 우리나라 전래동화 속의 볏단을 서로에게 날라주는 의좋은 형제처럼 아름다운 배려인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나눔인 것이다.
풍성한 이 가을에 풍성함을 서로 나누는 계절이 됐으면 좋겠고, 추운 겨울 까치밥으로 남겨둔 높다란 감나무 끝에 매달린 홍시와 같은 배려가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2009년 10월 07일 (수) 15:53:59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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