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다문화 사회와 이방인(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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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9.10)
원현린 칼럼 /
다문화 사회와 이방인
최근까지만 해도 우리는 단일 민족을 내세워 왔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제는 더 이상 단일 민족국가라는 말이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현재 110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오는 2020년에는 외국인의 비율이 전체국민의 5%, 2050년에는 인구 10명당 1명 꼴로 1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히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음이다. 여전히 단일 민족을 고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낡은 사고이다.
우리사회에서도 국제결혼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며느리 자리를 비롯해 가족 구성원의 일부가 외국인들로 채워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 다문화 가정의 2세도 엄연한 우리의 자손들이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국내에서 외국인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하여 우리나라 형사사법 사상 처음으로 내국인을 기소했다. 내용을 보면 버스 안에서 한국에 대학 교수로 와 있는 외국인에게 “더럽다”, “냄새 난다”는 등의 막말을 해대며 인종차별적인 말을 한 30대 한국인을 형법상 모욕 혐의를 적용해 약식 기소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태도도 문제시되고 있다. 조서를 받는 동안 이 외국인은 경찰관으로부터 “네가 어린 나이에 어떻게 교수가 됐느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외국인은 이럴 때에도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다. 상당수 외국인들은 “한국에 날로 해외 이주민이 늘고 있으나 여전히 한국 사람들의 인종차별적 언사나 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일부 국가와는 달리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위를 처벌하는 법규가 따로 없다. 입법의 미비다. 늦은 감이 있으나 국회에서 인종차별금지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 법 앞에서는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고 하여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천부불가양의 인권을 지니고 이 땅에 태어났다. 이 자명한 원리를 우리는 모르면 안 된다.
우리는 백색인간이 아니다. 우리도 유럽이나 백인국가에 가면 황색인종으로 유색인종에 속한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백인우월주의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종차별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흑백의 구분이다. 어쩌면 흑인이 가장 많은 차별을 받아 왔으리라고 본다. 과거 백인의 노예 시절부터.
지난 한 세기 전, 인천 제물포항에서 미국 하와이 시탕수수농장이나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선인장농원으로 이민을 떠났던 것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악의악식으로 연명해가며 거의 노예에 가까운 생활을 해야 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이민사도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얘기다. 지금 그곳에서는 우리의 이민 3세, 4세들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얼마 전 크레파스의 ‘살색’이라는 색명을 인종차별이자 인권침해라 하여 ‘살구색’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처럼 우리도 이제 다문화 사회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OECD가입국이고 경제력도 세계에서 10위권에 드는 당당한 선진국가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학연수다 뭐다 하여 자녀를 외국에 유학시키는 시민가정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 국민도 외국에 나가면 이방인이다. 이방인이란 원래 유대인이 선민의식에서 그들 이외의 민족을 얕잡아 이르던 말이었는데, 이제는 통칭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칭한다.
이제 좀 먹고 살게 되었다고 외국인을 홀대하거나 인종적으로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되겠다. 그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이고 행동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이제 다문화국가로서 세계시민임을 잊어선 안 되겠다.
언어와 피부색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니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문화 사회에서 오는 소통의 부재에서 왕왕 충돌과 오해가 빚어지곤 한다. 서로가 극복하여야 할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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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09 18: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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