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향일화 200만 그루(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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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8.17)
오광철의 전망차 /
향일화 200만 그루
클뤼티는 물의 요정이었다. 그녀가 아폴론을 흠모했으나 신은 냉정하게도 외면했다. 그녀는 날로 파리해졌다. 엿새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음식은 눈물과 찬이슬뿐이었다. 그러면서 해님이 하루의 행보를 마치고 저녁에 서산으로 지는 모습만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내 그녀의 다리는 땅속에서 뿌리가 되고 얼굴은 꽃이 되었다. 그 꽃은 언제나 해님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도 아폴론을 사랑하듯 해님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해바라기꽃의 전설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온종일 태양만 바라보는 특유함 때문일까. 해바라기에 대한 전설이 많다. 그리스 신화 중에 비슷한 것도 있다. 호수 속의 요정이 몰래 아폴론을 만나다 감옥에 갇히고 사정을 모르는 아폴론은 노여워 그 후로는 만나주지 않았다. 야속하여 죽은 요정은 해바라기가 되었다. 우리에게도 해님을 동경하는 산골 형제가 서로 질투하여 형이 아우를 죽이자 해님이 해바라기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일까. 해바라기의 꽃말은 경모이다. 변치않는 마음의 표상으로 여겨진다. 꽃의 습성이 그러하다며 해바라기의 한자 이름은 向日花(향일화)이다. 그러나 해바라기가 태양의 이동방향을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해바라기는 꽃대가 강하여 움직이지 못한다. 해바라기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며 남미 페루의 국화이기도 하다. 각 지역에서 관상용이나 작물로 재배하는데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와 만주지방에서도 정원에 심었다. ‘고려사’에 의하면 17대 인종의 해바라기 꿈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이미 그 이전부터 재배된 듯하다.
벼가 누렇게 익어갈 무렵 황금 벌판과 어울려 노란 해바라기 꽃 물결이 풍성하거니와, 그러나 한번 경작한 농지에서는 다른 식물을 재배할 수 없을 만큼 척박해진다고 한다. 한때 수익작물로 권장했으나 지금은 뜰 안에 한두 그루 심을 뿐이다.
백령도 간척지에 200만 송이의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 황금 물결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옹진군의 경관조성사업 일환이라는데 수확물의 활용도 병행되었으면 한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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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16 17: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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