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무의식적 본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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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8. 6)
오광철의 전망차 /
무의식적 본능
1960년대 다저스의 샌디 쿠팩스는 과연 전설적인 투수였다. 그의 위력 있는 피칭을 지켜본 팬들이나 그와 상대했던 타자는 “가장 위대한 투수였다”고 말하기를 아끼지 않았다. 팔꿈치 고장으로 1966년 불과 30세의 나이로 은퇴하기까지 그는 시즌마다 탈삼진 기록을 모조리 갱신했으며 5년연속 방어율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4년 동안 97승27패를 거두며 세 차례나 다저스에 우승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피칭은 “야구의 75%이며 생각하기 따라선 90%도 될 수 있다”거나 “피칭은 야구의 전부”라는 표현도 나온다. 그러나 그는 1964년 선수로서의 수명을 좌우하는 분기점을 맞았다. 팔꿈치가 부었다는 이유로 도중하차 해야 했고 이어 만성관절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피처가 마운드에 서면 물론 강타를 허용치 않으려고 신경 쓰지만 그 이상으로 타구가 몸에 맞으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강속구에 맞으면 어쩌나 하는 타자의 두려움과 같다고 한다. 타석에서 거리 18m에서 정면으로 강하게 날아오는 볼은 흡사 대포알과 같이 느껴지는 공포라고 한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의 입장에서는 타구를 능히 막을 수 있었는데 피하다니 하면서 아쉬워 하지만 그것을 피하는 동작이 피처의 본능이다. 대포알이 날아오는데 피해야 한다는 무의식적 반사동작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눈앞의 타구가 무섭다는 것은 단순하고도 본능적이다.
그러나 그런 타구를 받아야겠다는 동작 또한 무의식적 본능이다. 그것에 손을 댔다가 잘못 맞아 손가락을 다치고 발가락을 다친다. 부상이 완쾌하기 전 서둘러 등판했다가 부상 부위를 보호하려고 신경을 쓰느라 다른 부위에 무리를 주기도 한다.
SK의 김광현이 지난 주 경기에서 타구에 맞아 손등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앞으로 6주간의 치료와 재활이 요구돼 시즌 잔여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다승왕 2연패에 도전중이었다. 최선을 다해 승리를 거머쥐고 마운드에서 번쩍 뛰며 기뻐하는 그의 모습을 속히 보고 싶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08-05 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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