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행정의 달인’을 보고 싶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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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8.13)
원현린 칼럼 /
‘행정의 달인’을 보고 싶다
등잔불이 꺼진 캄캄한 방안에서도 가지런히 떡을 썰어 보여 자만심에 가득 찬 자식을 일깨워 주었다는 조선조 명필 한석봉의 어머니가 아마도 달인의 원조가 아닌가 한다.
방송에 나오는 ‘생활의 달인’ 프로를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그렇게도 일에서 달인일 수가 있을까”하고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어떤 일에 도가 트여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를 ‘도사’라고 한다. 출연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말 그대로 도사들이다.
그것은 인간의 손놀림이 아니라 신의 손놀림이라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거칠어진 그들의 손마디에서 성스러움이 빛나는 것을 필자는 보았다.
그 정도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흔히 말하는 프로정신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의 공직풍토는 그렇지 않다. 복지부동, 무사안일로 일관하는 공직자가 여전히 잔존한다.
최근에 모 지방 기관장들이 기업인과 부적절한 골프를 쳤다 하여 중징계를 당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법상 신분이 보장돼 있기에 웬만해서는 끄덕도 하지 않는 우리의 공직자들이다.
고위공직자라면 행정의 달인이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하나 같이 골프의 달인들이다.
국록을 먹는 신분으로 하라는 일은 제쳐두고 연습장에서, 필드에서 연일 골프채를 휘둘러 대니 달인의 경지에 오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게다.
서투른 행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행정에서 달인이 나타나야 하는 이유는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금 인천에서는 세계도시축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도시축전에는 국내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참가하고 있다. 연일 성황이라니 반갑기는 하다.
하지만 준비가 미흡한 면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미비점을 찾아 보완하길 바란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 많은 날을 준비해온 인천도시축전이다. 개막 초반인데도 행사장 가는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제대로 없는가 하면, 겨우 깔아놓은 주차도로 등 아스팔트노면이 움푹 파이거나 꺼지기도 했다. 주차, 식당시설 등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부족하고 엉망이었다. 축전에 참가하는 외국인들은 길도 어둡고 모든 면에서 낯설다.
또 한 예를 들면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제하나 제대로 제때 시행 못하는 인천시 행정이다.
인천시민들은 늦었지만 그래도 이달 초부터 시행된다 하여 환승제를 손꼽아 기다려 왔다. 결과는 기대와는 달리 시행일을 코앞에 두고 서울시로부터 연기 통보를 받고 아무 소리도 못한 인천시이다.
인천시에 교통행정의 ‘도사’라도 있었다면 일이 이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서울과 환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당국의 무계획적인 주택정책으로 인천은 매년 1만5천여 가구가 넘쳐난다고 한다. 인천시가 주택 수급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계획적으로 공급위주의 주택정책을 펼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게 주택전문 연구기관의 지적이다. 이 또한 인천시에 주택행정의 달인이 없다는 증거다.
지금 인천은 전 도로가 공사 중이다시피하다. 자전거 도로를 조성한다며 가뜩이나 좁은 도로 차선을 줄여가며 공사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라며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 도로주변에 조성중인 화단도 심어놓은 식물들이 착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말라 죽는 등 아까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경인고속도로 직선화가 그렇고 청라지구 전철연계가 그렇다. 무엇하나 일사불란하게 제대로 처리되는 것이 없다.
이 모든 것이 달인이 없어서 빚어지는 오류들이다. 시민들은 달인의 출현을 갈구하고 있다. 행정의 달인은 없는가.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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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12 18: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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