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바략'호의 깃발(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09. 8.17)
조우성의미추홀 /
'바략'호의 깃발
최근 러시아 6개 도시에서 제물포해전 유물 순회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한다. 1904년 월미도 앞바다에서 일본과 싸우다 자폭하고만 군함 바략 호와 코레츠 호의 깃발 등 14점의 유물이 나들이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립박물관 수장고에 깊이 잠들어 있던 19세기 제국주의의 빛 바랜 유물들이 갑자기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데 대해서는 시각 차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시발은 착오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점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태국에서 아셈회의가 열렸던 때, 주한 대사관의 보고에 따라 푸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조선인이 제물포해전 때 러시아 장병을 도와준 일을 고맙게 생각하며 그를 추모하는 비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 같은 푸틴의 뜻에 대해 반기문 당시 외교안보 특보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정상 간에 약속이 이뤄져 '러시아 장병 추모비'가 연안부두에 세워지게 됐다는 것이 본지 청와대 출입기자의 전언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일은 제물포해전 때 조선인은 러시아 장병들을 돕거나 구해 줄 입장이 아니었고, 지금까지도 그런 사실이 역사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제물포해전은 조선을 능욕한 전쟁이었던 것이다.
제 나라를 지배하고자 한 제국주의 세력들이 주권을 무시한 채 제 나라 안마당인 내해에서 안하무인격으로 벌인 전쟁의 추모비를 '선린' 운운 해가며 세워주다니 그런 얼빠진 나라도 있는가 묻고 싶은 심정인 것이다.
이번 유물 나들이야 '외교' 차원에서 있을 수 있다 해도 역사적 기억까지 망각해서는 상대국에게 업신여김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817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8-16 오후 8: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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