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시론/이기문(70회) 변호사 -인천시의 탁상행정(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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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8.18)
인천시의 탁상행정
시론 /이기문 변호사
인천도시축전을 코 앞에 두고, 시청 앞에서 연결되는 차도와 인도의 곳곳에서 도로 정비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자전거 전용도로 공사까지 겹쳐서 말이다.
영업용 택시운전을 해본 사람으로서 교통체증이 그렇지 않아도 심한 상태인데, 여기에 자전거 도로건설까지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는 시당국의 처사를 보면서, 도대체 무엇이 급한 것이기에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초 인천시 목표는 도시축전 개막전까지 시청 앞에서 축제가 열리는 송도국제도시까지 자전거도로 공사를 끝내고, 행사기간 중 자전거를 타고 축제를 보러 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하여 시민 의견이나, 교통관계자들의 의견은 수렴해보지 않은 채 무리하게 밀어 붙였다. 지난달말 자전거도로 설치공사를 시작하였는데, 사업비가 160억원이나 소요되는 사업이다.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자전거도로의 실태를 한 번 살펴보자.
먼저 기존 차선 중 1~2차로를 줄이고 이곳에 폭 1m의 분리화단과 1.5~2m의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형식을 취했다. 결국 4차선 도로인 경우는 2차선 도로로 줄어드는 것이다.
기존 인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차로를 줄여 만들어 보겠다는 계획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통체증 때문에 난리가 일어나고 있는 마당에 차선을 줄여서 자전거도로를 설치하는 것은 진정 탁상행정의 표본이라 아니할 수 없다.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사람들이 우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고, 건강상으로도 자전거를 이용하여 출퇴근 하는 것을 결정하는 일이 개인적으로 용이한 일이 아니다. 주말이나 여가시간에 자전거를 타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고 유익한 일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결정을 하는 것은 사전에 준비를 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이런 시민들의 결정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전거도로의 개설사업을 밀어 붙였다.
두번째, 모든 사람들의 직장에 자전거 보관소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전거 1대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도 만만치 않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각 회사나 관공서 등 각 기관에서는 자전거 보관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계도기간을 주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그 계도기관이 종료되고, 시민도 자전거를 이용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갖추어졌을 때, 이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 어느 모로 보나 옳았을 것이다.
세번째, 교통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는 교통수요도 있고 교통공급의 측면을 담당하는 자들이 많다. 버스여객운송업자들, 택시사업조합, 그리고 각 운수회사의 근로자들이나 노동조합의 조합장들의 의견 등을 사전에 반드시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이런 절차를 밟지도 않았고, 시민여론도 들어본 바 없다.
네번째, 공사는 장마 등 우기를 지난 연후에 하는 것이 순리이다. 지금은 장마철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자연적 계절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 붙였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섯번째, 이번에 공사하는 구간은 인천시청 앞의 중심가부터 시작했다. 변방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도로부터 시작하였고, 또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했다. 가뜩이나 막히는 중심도로임에도 이같은 중심도로의 차로를 줄이고 자전거도로 공사까지 벌이는 바람에 시민들은 출퇴근 시간에 지독한 교통체증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시민들의 교통이 원활하도록 행정을 펼쳐나갈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이런 원활한 교통은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자전거도로의 개설이라는 목표만 앞세우고 자전거 도로개설사업을 밀어 붙인 것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자전거도로를 설치하여 시민건강도 살피고, 경제적 효과도 상승시키고, 건강한 인천을 만드는 일은 진실로 필요한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시민의견을 듣는 일이다.
종이신문정보 : 20090818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8-17 오후 8: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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