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마중물 인생(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09. 8.20)
▧ 교육의 눈 ▧
마중물 인생
최종설 인천시교육청 국장
마중물이란 펌프로 물을 퍼 올릴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먼저 윗 구멍에 붓는 물을 말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마중물을 붓지 않고 그냥 펌프질을 하면 헛김만 새어나오고, 지하수를 끌어 올릴 수가 없다. 그래서 마중물을 한 바가지 쯤 부어야 시원한 지하수가 마중물과 함께 펑펑 쏟아져 나온다.
마중물이란 말 그대로 물을 얻기 위해 마중을 나가는 물이다. 마중물은 버려지는 물도 아니고, 사라지는 물도 아니고, 시원한 지하수를 계속 끌어 올릴 수 있게 하는 고맙고, 소중하고, 귀한 물이다.
우리는 귀한 손님이 오실 때, 마중을 나가고, 가실 때에는 배웅을 나간다. 특히 밤중에 오시는 손님이나 가족들은 반드시 마중을 나가야 한다. 어둑한 산길에서 또는 골목에서 두려움에 떨면서 올 때 마중 나온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기쁠 수가 없다.
마중을 나가는 사람도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나가야한다. 달마중이라는 동요에서 아기와 함께 앵두 목걸이를 하고 냇가로 달마중을 나가듯이 말이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열 길 물속, 한 길 사람의 마음속까지 마중 갔다가 함께 뒤섞여 올라온다. 그래서 펌프 옆에는 항상 물 한 바가지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지하수, 펌프라도 마중물 한 바가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누군가 나를 위하여 물 한 바가지를 남겨 두었듯이, 나도 뒤에 올 그 누구를 위하여 물 한바가지를 꼭 남겨두어야 한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그것이 함께 더불어 사는 이치이고, 지혜이고, 나눔과 배품인 것이다. 물을 얻기 위하여 마중물이 필요하듯이 우리인생도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마중물을 부어야한다.
자신의 성공을 위한 마중물, 우리는 그 마중물을 준비하기위하여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깊은 곳에 숨겨진 가능성과 능력과 저력이 있다. 칭찬과 격려와 작은 기도가 마중물이 되어 숨겨진 가능성을 끌어내어 큰 인물로 만든다.
그래서 교육자,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마중물의 역할을 해야 한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처럼 스승을 능가하는 제자를 키우는 것,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인생삼락이라고 하는데, 마중물 같은 교육자가 참 교육자일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한 바가지의 물, 멈춰진 펌프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 그것이 마중물인 것이다.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다고, 더 이상 희미한 삶의 여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귀한 생명의 끈을 놓아서는 절대 안 된다. 지치고, 가라앉은 삶을 힘차게 펌프질하게 만드는 마중물 한 바가지, 작지만 꼭 필요한 물 한 바가지의 지혜를 잊지말아야한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조급하게, 성급하게 당장의 앞만 보지 말고, 먼 곳을 내다 볼 줄 아는 지혜와의 만남, 힘겨워 넘어지고, 무릎을 꿇더라도 다시금 일어서게 하는 힘, 그것이 마중물이다. 열심히 희망을 조금씩 그려간다면 그 곁에는 항상 희망의 마중물 한바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외적 인간은 날로 낡아지지만 내적 인간이 나날이 새로워지기 위하여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이 필요하다.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을 퍼 올리기 위한 마중물 한바가지가 되게 하소서. 사랑과 기쁨의 물 한바가지, 평화와 인내의 물 한바가지, 친절과 선행의 물 한바가지, 진실과 온유의 물 한바가지, 그리고 절제의 물 한바가지가 되게 해 달라는 기도문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마중물이 땅속 깊숙이 잠자고 있던 지하수를 끌어올리듯이, 서로가 서로에게 마중물이 되어 격려하고, 이끌어주어 함께 발전하기를 기대해 보면서,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촛불 같은 사람, 자신을 녹여 세상의 부패를 막고, 맛을 내게 하는 소금 같은 사람 그리고 자신을 바쳐 샘물을 끌어 올리는 마중물 같은 그런 사람이 많은 밝고, 맑고, 살맛나는, 신명나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종이신문정보 : 20090820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8-19 오후 9: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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