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청문회와 도덕성(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09. 8.20)
/원현린 칼럼
청문회와 도덕성
며칠 전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법사위청문회가 열렸다. 여당은 도덕성은 접어두고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자질과 능력이 있는가를 검증했고, 야당은 드러난 위장전입 등을 문제 삼아 도덕성의 결여를 집중 추궁했다.
도덕성을 덮어두고 어떻게 조직을 추스르고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특출한 다른 능력이 있겠는가. 있다면 그것은 사술이나 얄팍한 처세술에 능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공직자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총장 자리는 고위직이다. 고위인사에게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요구할 수 있을까.
이날 한 야당의원이 위장전입은 불법행위이므로 검찰총장 자격에서 중대한 결격사유라고 추궁했다. 이 의원이 “후보는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더 관대한 것 같다”며 후보자를 향해 다그치는 소리는 따끔한 훈계에 가까웠다. 후보자는 이 이야기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신을 책하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고 했다. 우리는 이 같은 덕목을 초등학교 입학할 당시부터 도덕과목을 통해 배워오고 있다. 밥상머리 교육도 다 도덕교육이다. 도덕성이 결여되었다 함은 인간으로서 제대로 성숙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도덕이 바로서야 한다. 인간의 기본인 도덕이 바로서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올바로 똑바로 세울 수가 없다. 우리는 ‘바른생활’, ‘도덕’, ‘국민윤리’ 등의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필수과목으로 윤리도덕을 가르쳐오고 있다.
필자의 학창시절에는 시험성적이 동점일 경우 도덕점수가 높은 학생을 우선시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이렇게까지 도덕을 중시해온 우리 교육이다. 그러던 것이 국가에서 도덕성보다 능력과 자질론을 앞세우고 있다니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그 만큼 도덕으로 완전 무장된 공직자가 드물다는 얘기일 게다. 청문회를 통해 들춰 보면 하나같이 모두가 다 흠결 투성이다.
법을 집행하는 최고의 자리인 한 나라의 검찰총장에게서 도덕성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무엇을 문제 삼을 수 있을까. 그래도 법이 통할까. 만무하다. 자신이 떳떳해야 남을 책할 수 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했다.
우리에겐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이 그토록 없는가. 고위직 감이 그렇게도 없는가. 산속에 가도 곧게 자란 재목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유독 우리만이 인재난을 겪고 있다. 더 이상 인재를 찾지 못하고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아쉬운대로 자리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니 씁쓸하기만 하다.
도덕, 그것은 기초이다. 도덕이 무너진 사회는 기초가, 기본이 무너진 사회이다. 기본을 무시하고, 기초가 없이 그 위에 무엇을 축조한들 온전할 리 없다.
접어둘 것이 따로 있지 어떻게, 누구보다도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공직자에게 도덕성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국가에 도가 없다면 무엇으로 근본을 삼겠는가. 정의와 도덕은 여전히 인류공동의 보편적 가치이다.
우리는 청문회 제도를 도입해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고 있다. 이 검증과정을 무사통과하는 공직자를 최근 우리 국민들은 보질 못했다. 잘 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마지못해 그런대로 통과시켜 주곤 한다.
도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덕이 무너진 사회, 법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의 모습은 강자만이 판을 치는 사회, 힘만이 통하는 사회, 약육강식의 사회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사회에 도덕적 불감증이 극에 달했다는 말은 이제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그래도 우리들은 공직자에게 끊임없이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해야 한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08-19 18:48:02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