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교사와 학부모(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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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8. 6)
원현린 칼럼 /
교사와 학부모
며칠 전 듣기에 씁쓸한 기사가 연이어 보도되었다. 두 가지 기사가 모두 방학인데도 고등학교와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하나는 모 고교 교장이 학교 환경을 조성하면서 소요된 공사비용을 학부모에게 부담시키는가 하면, 교사들의 회식이 있을 경우 역시 학부모들이 고가의 양주를 제공해야 했었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관행으로 보아 학부모들에 의한 어느 정도의 학교 육성을 위한 찬조지원과 교사에 대한 접대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예전에도 ‘책거리’라 하여 아이가 서당에서 천자문이라도 떼면 학부모가 떡을 만들어 지고 가서 스승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함께 공부하는 학동들과 나누어 먹게 하는 아름다운 풍속이 있었다. 훈장에 대한 예우는 깍듯했다. 오로지 자식들에게 글만 가르치시라 하여 땔감까지도 조달했었다.
이 모든 것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무지몽매한 까막눈의 자식을 가르쳐 일깨워준 은혜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에 와서는 ‘촌지’다 하여 왕왕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곤 한다.
이번 사례는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는 보도이다. 관계당국이 감사에 나섰다니 진위여부를 지켜볼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한 교사가 일일이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를 특별반에 편성해 주겠다고 속여 금품을 챙겼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금품갈취 행위다. 사실이라면 이는 파렴치범에 사기범이다. 학생을 인질로 삼아 학부모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한 엄연한 범죄행위이고 온갖 사술을 써서 사기를 친 희대의 사기극이라 할 만하다. 학생을 가운데 두고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끊이지 않고 터지는 학교 비리다. 사안에 따라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막장까지 가자며 다투다 심한 경우 고소고발에까지 이른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바로 우리 학생들이다. 피해자가 누군지 학교와 학부모 모두가 다 모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진정한 스승과 부모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가는 다툼은 애당초 벌이지 않을 게다.
학부형이 자식을 가르치는 학교를 고발하고 교사가 제자의 부모에게 사기 행각을 벌여 금품을 편취하고 하는 행위가 있을 법한 일인가. 예전에는 언감생심, 상상도 못하던 일이 오늘날에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곤 한다.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을 가르치고 기르는 두 축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누구와 관계보다 친하고 가까워야 한다. 이 둘 사이에 호흡이 맞지 않으면 학생은 제대로 자랄 수가 없다.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풍조 하에서는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질 리 없다.
학부모는 학교에 발전기금을 냈다 하여 학교를 상대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교사도 학생을 맡았다 하여 학부모에게 지나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논리를 전혀 도외시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진리의 전당인 학교마저 학생들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강단에서 열과 성을 다해 오직 교사의 사명감으로 학생들을 훈육하고 있는 수많은 교사들이 있다. 우리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40만 교사들은 모두가 훌륭한 교사들이라고 굳게 믿는다.
우리 사회에서 교직만큼 최고학력 소지자들로만 구성된 집단은 없다고 본다. 100%가 학사출신 이상의 학력들이다. 학력으로 보아 이만한 집단은 없을 게다. 혹간 어쩌다가 부분이 전체를 흐리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한 두 사례에 그치기를 바란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혼탁해져도 변치 않고 물들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교육자적 양심과 도덕성이라 하겠다. 교직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성직이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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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05 18: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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