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기부(寄附)(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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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7. 8)
조우성의미추홀 /
기부(寄附)
언어의 연금술사라 불리던 박목월 시인의 시에 '비유의 물'이란 것이 있다. 그 한 구절. '땅에 배를 붙이고 낮은 곳으로 기어가는 물은 눈이 없다 /그것은 순리, 채우면 넘쳐흐르고 차면 기우는 물의 진로(進路)'(중략) '물은 땅으로 스며든다 /흐르는 동안 잦아버리는 물줄기를 나는 알고 있다 /그 자연스러운 잠적(潛跡)은 배울만하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에는 꽃잎에 현신하는 이슬방울'이라며 시인은 물의 겸허한 자세를 예찬하고 있다.
이 같은 표현이 지니고 있는 품격에는 미치지 못한다 해도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는 속담에도 역시 삶의 오랜 지혜가 담겨져 있다. 그 물이 흐리지 않고 맑다면 더할 나위없는 청량한 세상 풍경이겠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전 재산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고 한다. 애초 경우야 어떻든 모처럼 듣는 권력자의 약속 이행이어서인지 '구정물 청계천'을 살려낸 그의 아호 '청계(淸溪)'가 새삼 돋보인다.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듯 이것이 시발이 되어 있는 자들이 더욱 분발해 주었으면 한다. 특히 인천의 땅과 바다와 하늘을 차지한 채 부를 축척해 온 인천 부자들도 이참에 자신의 사회적 헌신도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사족 -하나. 며칠 전 기부 이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던 모 의원이 머쓱해지고 말았을 것 같다. 절차에 제법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의 성명 때문에 기부가 촉진된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일언은 중만금. -둘. 그와 함께 재직 시 사회 기부의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전직(前職)들도 문득 떠올리게 된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708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7-07 오후 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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