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오동나무와 가시덤불(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09. 6.18)
원현린 칼럼/
오동나무와 가시덤불
주필
우리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문화되어 있다.
이러함에도 정치인들이 국민을 함부로 들먹인다. 툭하면 ‘국민이 원한다면’이고 ‘국민을 위하여’이다. 국민의 무게는 그렇게 가볍지가 않다. 국가의 주체인 국민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거론한다. 그것은 국민모독죄이다. 오늘도 공장에서, 시장에서, 논밭에서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는 다수의 국민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조용히 살고 싶은 국민들은 화가 난다. 나름대로 국민의 개념을 해석하면 안 된다. 예전 왕조시대에도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라 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여(與)도 없고 야(野)도 없다. 국민들도 이제는 예전의 국민들이 아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을 팔고 있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국민은 없다.
1년도 채 안 있으면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또 다시 철새들이 이리저리 이동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몸담았던 곳을 공천을 받지 못할 것 같다며 가차 없이 떠난다. 우리는 이들을 정치철새라 부른다. 정치인으로 나고 자라고 배운 곳을 춥다고 떠나고 덥다고 떠난다. 떠나는 뒷모습은 한결 같이 미련도 없어 보인다. 이들에게서는 정도 의리도 없다.
여염집에서도 이사를 가도 고르고 골라 길일을 택해 집을 옮긴다. 새 중의 새 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아니하고 아무리 굶주려도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했다. 유독 정치철새들은 그렇지가 않다. 이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온갖 잡새가 날아드는 가시덤불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당의 지지도는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다소 올랐다고 우쭐대서도 안 된다. 하락하지 않으려면 더 잘해야 한다. 조금 떨어졌다고 움츠러들어도 안 된다.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더 노력해야 한다.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되는 법이다. 이것은 순환하는 자연법칙이다. 그 순간을 못 참고 또 다시 철새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인데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배신과 변절의 변 또한 번드레하다. 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아무런 관심이 없다. 잣대는 오로지 당선 가능성이다.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 사이에서 탈당설과 입당설이 나돌고 있다. 이당 저당 기웃거리며 재고 있는 모습이 지조도 없고 철학도 없어 보인다. 나에게 이롭지 않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당을 버리고 떠난다. 그들 세계에선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 사이에 누구도 서로를 탓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도 나무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똑 같은 입장이니 누가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 수가 없기 때문일 게다. 상황이 바뀌면 언젠가 스스로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도 그럴 것 같다.
요즘 정치인들의 심경이 복잡하다. 어느 것이 새 동아줄이고 어느 것이 삭은 동아줄인지 알지 못한다. 단지 목전의 소리(小利)만을 탐하고 붙잡는다. 기껏 골라잡은 줄이 썩은 줄이었다면, 그래서 낙선을 하면 그 때가서 “괜히 이 줄을 잡았네” 하며 때 늦은 후회를 하곤 한다. 자업자득인 것이다.
출사(出仕)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서울대가 선거 직에 출마하는 교수들에게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더하여 장관 등 임명직에 임용될 때에도 휴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진리에 목말라하는 제자들의 눈을 뒤로 하고 무슨 큰 일을 하겠다고 강단을 떠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보다는 후학(後學)을 올바르게 가르쳐 사회에 내보냄이 낫지 않나 생각된다. 스승들이 앞장서 이러니 제자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교수들 또한 뚜렷한 정치철학도 없이 오로지 당선가능성만을 보고 입당, 출마할 것은 뻔하다. 그러면서 진리의 전당이라는 학원에서 강의를 통해 진리를 설파한다고 한다. 폴리페서(polifessor)들의 강의내용이 궁금하다. 아무튼 또 다시 배신의 시간이 다가 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06-17 18:59:18
댓글목록 0
李淳根님의 댓글
금자에 각종의 시국선언에 줄줄이 나선이들이 썩은 동아줄의 줄서기의 표본이라고 보면 정답일 것이라는것이 숭그리당당 숭당당! 수그니당당 숭당당! 숭그니당의 생각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