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꽁보리와 무교병(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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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6.25)
오광철의 전망차 /
꽁보리와 무교병
일전 신문 지면에 어린이들이 꽁보리 주먹밥을 입에 물고 있는 사진이 크게 실렸다. 6·25를 앞두고 전쟁때 어려웠던 시기를 회상하는 행사장 장면이다. 신기한듯 입에 물고 있는 모습에서 무슨 의미인지 알고나 있겠는지 궁금하다. 해마다 이즈음이면 등장하는 꽁보리밥을 볼 때마다 정작 그때는 그나마도 없어 주렸다는 회고이다. 전쟁이 일어나던 그해 여름은 극심한 식량난이었다. 차라리 보리밥은 양반이었다. 전망차자의 기억으로는 보리조차도 없었다.
중학 3년생으로 외가에 피난했던 전망차자는 주로 보릿겨를 먹었다. 보리를 도정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보릿겨 가루로 수제비를 만들었는데 아려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다행이었다. 쌀겨 가루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이치로는 쌀겨가루가 보릿겨보다 나을 듯한데 쌀겨는 먹은 후 속에서 굳는다고 했다. 용변도 되지 않아 특히 어린것들에게 고통이어서 항문에서 숟갈로 파내야 했다.
특히 그때 폭격으로 불에 탄 쌀이 시장에 나돌았는데, 그것으로 지은 밥은 세상에 어떤 식품에 비해서도 최악이었다. 입에 대기 전부터 단내가 코를 찌르고 몹씨 써서 먹을 수가 없었다. 트림도 고약했었다. 그 여름 유일한 특식은 밀풀떼기였다. 늙은 호박을 썰어 넣고 맷돌에 대충 간 밀가루를 풀어 죽을 쑤는데, 처음엔 호박맛에 달큰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몇끼니 먹고나면 진력이 나 입에 당겨지지 않았다.
성경에는 무교병 이야기가 나온다. 누룩, 즉 발효제를 넣지 않고 만든 떡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이름처럼 급하게 만들었다는 퀵브레드라는 빵이 있는데, 그곳을 성지순례 중인 크리스찬들이 별식 먹듯 맛볼 수 있다. 이런 떡과 쓴나물을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월절을 기념하여 먹었다. 유월절이란 옛날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 압제에서 해방하던 때를 기념하는 그들 최대의 명절이다. 그때 그들은 다급하여 미처 발효하지 않은 반죽을 어깨에 메고 탈출했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의 무교병은 그때를 기념하는 것이며 우리 6·25 꽁보리밥과 비슷하다. 오늘은 전쟁이 발발한지 59주년이 되는 날이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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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24 19: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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