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견양권(見樣券)(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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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6.26)
조우성의미추홀 /
견양권(見樣券)
세상의 돈이 다 같은 돈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액면가는 같아도 돈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일 수 있다. 또 '돈'이라는 게 돌고 돌아 '돈'이라 했다는 속설도 있지만 세상에는 듣도 보도 못한 돈도 엄연히 존재한다.
조선시대 왕가나 권세가들이 돌, 책봉, 혼인, 생신 등 길한 일이 있을 때 그를 기념해 특별히 만들어 인척끼리 나누었던 별전(別錢)도 그 예이지만 실제로 민간에서는 그 존재를 알지 못했던 모전(母錢)이란 것도 있었다.
모전은 육조나 각 지방 감영에서 돈을 만들 때 재질을 최상의 것으로 고르고, 엽전 앞면의 글자나 뒷면의 관아 부호를 또박또박 새겨 만든 상평통보의 원형으로서 대부분 귀족들이 서로 나누어 가졌던 것으로 여겨진다.
19세기 말 인천과 용산에 전환국을 설치하고 신식 주화를 만들었을 때는 시주화(試鑄貨)란 것이 나왔다. 말 그대로 시험 삼아 만든 금화, 은화, 청동화, 백동화 등이어서 시중 백성들은 살아 생전에 보지 못했던 돈이었다.
현행 지폐 1만 원 권(세종대왕)은 1973년, 5천 원 권(이율곡 초상)은 1972년, 천원 권(이황 초상)은 1975년에 각각 발행됐는데 그 돈들의 '견양권'이 어떻게 시중에 흘러나와 거래되고 있는지는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다.
이번에 나온 5만 원 지폐는 발권 번호 1번부터 100번까지는 박물관에 전시하고 그 다음부터 2만 번까지는 인터넷 경매에 부쳐 사회복지공동기금을 마련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행 발권과는 고가일 게 분명한 '견양권'의 매수와 행방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옛날처럼 정치가들의 차지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626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6-25 오후 8: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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