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식당의 파렴치(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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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7. 3)
조우성의미추홀 /
식당의 파렴치
도규계의 원로이자 문필가로서 향토사 저작 '인천 한 세기', 식문화 저작 '먹는 재미, 사는 재미' 등을 남긴 신태범 박사가 수년전 작고하실 때의 연세가 90세였다. 천수를 누렸지만 그분의 건강 지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지론 제1조는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만큼 먹으라"는 것이었고, 제2조는 "잠을 제대로 자라"는 말씀이었다. 허욕을 부리지 말고, 꾸준히 독서하며 취미생활을 하라는 대목도 있지만 주론은 역시 1, 2조였다.
그쯤이라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쉽습니까?"하고 여쭙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침은 처(妻)가, 점심은 직장의 식당 영양사가, 저녁은 모임에서 정했던 중국식을 먹었으니 의지와는 관계없는 메뉴였다.
"후배 의사들이 오래 살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며 나를 불러내려고 했어. 새벽에 자유공원에 가서 체조도 하고, 걸어야 한다는 거지. 잠 잘 시간에 잠자야지 그게 뭐냐며 안 나갔는데, 그 친구들 먼저 다 저 세상으로 갔어."
순리에 순응하는 삶의 자세를 말씀하셨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젓가락은 반드시 휴지 위에 받쳐놓고, 침 묻은 숟가락으로 국을 떠먹지 않았던 것은 식사의 불문율이었다.
최근 위생 상태가 하도 엉망이어서 '보면 못 먹는다'는 불명예 딱지가 붙은 식당들에 정부가 칼을 빼들고 나섰다. 먹던 음식을 재탕, 삼탕 내놓아 간염을 전파시킨 파렴치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식문화의 연구가요, 식도락가를 자처했던 박사께서 살아계셨다면 정부의 이번 정책만은 쌍수로 환영하셨을 것 같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703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7-02 오후 8: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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