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저희 나라'(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09. 6.15)
조우성의미추홀/
'저희 나라'
우리 사회에는 미신(迷信) 아닌 미신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말과 글을 대충대충 해도 괜찮다는 국어 천시주의다. 어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면 되레 '틀릴 수도 있지, 뭘 그래' 하며 핀잔하기 일쑤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그 순간 사라지고 마니 그럴 수 있다고 멋대로 편하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듣는 이는 언제, 어느 곳에서 그가 어떤 말을 했는데 그게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는 판단까지 기억한다.
그 오류의 기억 중에는 사실 관계에서부터 논리 전개의 모순, 어조(語調), 문법, 비유의 부적절성은 물론 심지어는 말하는 이의 자세가 현학적이었냐, 자기 과시적이었냐, 건방을 떨었느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말에 비하면 글은 숙명적으로 더 엄격할밖에 없다. 한번 인쇄되고 나면 쓴 이가 임의로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문(非文)의 여부, 표현의 적절성, 진술(陳述)의 진실성 등을 섬세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단어 선택의 적합성은 언어생활을 하는 데 기본이 된다. 예를 들어 말끝마다 별 자각 없이 '이씨조선'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역사학도가 있다면 그에게서 무슨 판단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며칠 전, 어느 자리에 연사로 나온 이가 줄곧 '저희 나라'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어에 '우리나라'를 점잖게 이른다고 '저희 나라'라고 하는 법은 없다. 그 말 한 마디로 강의가 빛을 잃은 것 같아 아쉬웠다. 식자들까지 '저희 나라'만 찾다보니 '우리나라'의 행방이 묘연해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615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6-14 오후 8: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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