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모기야 꼼짝마라(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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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6.15)
오광철의 전망차 /
모기야 꼼짝마라
추수하고 난 뒤 기온이 뚝 떨어지고 살얼음이 잡힐 무렵 젊은이들은 머슴방에 딩굴었다. 이윽고 누구의 제안이었을까. 미꾸라지를 잡으러 가자고 했다. 종아리를 걷고 맨발로 살을 에는 듯 차가운 얼음장을 어적어적 밟으며 논웅덩이의 물을 펐다. 모래바닥이 드러날 즈음에 이르면 대강대강 굵은 놈들을 주워 담았다. 돌틈에 숨었던 녀석들도 물을 찾아 연신 꿈틀거리며 기어 나왔다.
이 놈들을 가져다 소금으로 닦아내고 가마솥에서 양념과 나물, 그리고 두부를 넣어 끓이는 한편에서는 젊은이들이 화투짝을 쥐고 어서 먹게 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밤은 깊어 마침내 그릇마다 가득히 떠올려질 즈음이면 미리부터 마신 술로 정작 몇몇은 곤드레가 되어 있기 십상이었다.
보양식으로 즐기는 추탕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시경에도 미꾸라지를 먹었다는 대목이 있다니 이미 삼국시대부터도 추탕을 먹었으리라는 추정이다. 서유구의 전어지에는 “미꾸라지를 잡아 깨끗한 물에서 흙을 토하게 하고 푹 고아 끓이는 데 별미가 있다”고 했다. 추탕은 지방에 따라 조리법과 양념이 달랐는데 인천에도 추탕이 별스러웠다. 지금처럼 “누구네집 식”이라며 그게 그것 같지 않고 더구나 중국산으로 넘쳐 나지도 았았었다.
신태범 박사의 ‘먹는 재미 사는 재미’에 보면 용동 추탕집이 일품이었다며 쇠고기와 곱창으로 끓인 국물에 양념하여 얼큰하고 구수한 맛을 돋구었다고 적었다. 특히 추운 겨울에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는 사람과 저녁에 술생각이 나는 주객에게는 요기와 안주거리 구실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제는 새로운 뉴스감도 아니지만 미꾸라지가 모기 박멸의 해결사로 부려지고 있다. 그동안 먹이사슬에 관한 연구 결과 미꾸라지가 모기 유충의 천적이라는 것이다. 즉 미꾸라지 한마리가 하루 천마리의 모기 유충을 잡아먹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각지에서는 습지에 미꾸라지를 방생한다. 이뿐더러 미꾸라지는 웬만큼 오염된 수질에서도 견뎌내는 생명력을 자랑한다.
옹진군도 지난주 백령도 내 배수로 저수지 등에 미꾸라지 100㎏을 방류했다고 한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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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14 18: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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