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조선'의 힘(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09. 5.25)
조우성의미추홀 /
'조선'의 힘
국사 시간에 배웠을 텐데도 줄기차게 '이조(李朝)'라는 말을 쓰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알다시피 '이조'란 '이씨 조선'의 약칭으로 왕손도 아닌 이씨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세운 나라라는 일제의 비하성 용어다.
그런 식이라면 신라는 '박씨 신라', 줄여 '박신(朴新)'이라고 해야 하니 아무래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굳이 일제가 '이조'를 고집한 속셈은 하이테크 선진 국가 '조선(朝鮮)'을 얕잡아 이르고 싶었던 때문이리라.
비극의 단초는 조선통신사를 통해 문화를 익혀오던 그들이 어쩌다가 '오란다'의 신문명을 먼저 받아들인 데 있었지만, 수많은 도공(陶工)을 고이 모셔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저들의 일반적인 문화 수준이었던 것이다.
개항 직후에도 인천 주재 일본영사관은 '훈도시'만 걸친 채 거리를 다니지 말라는 방(榜)을 내붙여야 했다. '훈도시'란 기저귀처럼 음부만 겨우 가리는 기다란 천인데 거류민들이 그것만 걸치고 다녀 꽤 민망했던 모양이다.
총독부가 그 역사적 열패감을 뒤집으려는 듯 어용학자들을 시켜 줄기차게 시도한 것이 식민지 사관에 입각해 조선사를 저희 입맛에 맞게 윤색시키는 일이었다. 그 때 탄생한 대표적인 용어가 바로 '이조'였던 것이다.
그 '이조'를 극복한 자리에 '조선'이 들어선 지 오래인데 '조선의 진가'는 계속 발굴 중인 듯싶다. "세계 역사상 한 왕조의 무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예가 없다"고 한 보도도 그렇다.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종묘에 이어 왕릉까지 인류의 자산으로 보존된다니 21세기에 들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조선'이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525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5-24 오후 8:32:18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