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유난히 흰 국화(퍼온글)
본문
퍼온곳: 인천신문(09. 5.28)
오광철의 전망차 /
유난히 흰 국화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 다 지내고/낙목한천에 네 홀로 피었느냐/아마도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국화라면 대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라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연상하게 되지만 이정보의 시조 한 수도 빼놓을 수 없다. 쓸쓸한 화단에서 홀로 고고한 기개를 자랑하는 국화를 완상하면서 시인은 그렇게 읊었을 것이다. 그는 조선조 숙종-영조 연간 문신으로 판중추부사와 이조 예조판서를 지내고 도승지로 있다가 1750년5월 인천부사로 부임했다. 탕평책을 반대해 좌천한 것이다. 그러나 부임 사흘만에 이전 관직에 재임되어 돌아갔다. 불과 부사재임 3일-어쨌든 그는 짧은 기간이나마 인천과 인연이 있는 분이다.
傲霜孤節(오상고절)은 깊은 가을 서릿발 속에서도 굽히지 않듯 외롭게 지키는 절개를 말한다. 의를 지켜 꺾이지 않는 지조로 일관하는 선비정신에 부합하는 말이다. 모든 꽃이 다 지고 날씨조차 차가워진 서릿발임에도 피어 있는 국화를 예로부터 절개와 정절의 심볼로 삼았다. 종종 소나무와 대나무를 같은 대열에 놓지만 곁에 두고 완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국화를 택한다. 국화에서는 다른 꽃에서 느껴지지 않는 기품이 느껴진다. 그래서 국화의 다른 이름이 ‘오상고절’이다. 그런가 하면 우아하고 지성미 넘치는 중년의 여인상 같다고도 한다.
국화는 가을에 피는 대표적인 꽃이다. 가을꽃으로 코스모스가 있기는 하나 그것은 청초할 뿐 품위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국화는 가을이 주는 평화의 풍요에서 오는 부를 상징하며 여름내 노동한 결실에서 우러나는 거룩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가을은 한여름의 뜨거운 노동으로 만물이 무르익어 수확하는 풍요로운 계절이며 겨울의 평화로운 휴식을 시작하는 계절이 아닌가.
근래 장례식장에서 흰 국화꽃이 많이 사용됨을 볼 수 있다. 본디 서구에서 장례 때 국화를 사용하는 이유로 망자의 평화로운 휴식을 기원하는 데서 연유한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마다 찾는 조문객들 손에 들린 흰 국화송이가 유난히 희다. 그 국화속에서의 안식을 빈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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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7 19: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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