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 /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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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5.14)
원현린 칼럼 /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어미닭이 알을 품은 지 일정 시일이 지나면 알 속의 병아리는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알 속에서 껍질을 쪼아댄다. 이 때 병아리가 껍질을 쪼는 소리를 어미닭이 듣고 밖에서 같은 곳을 동시에 쪼아댄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껍질이 깨어지고 알 속의 병아리는 세상구경을 하게 된다.
여기서 알 껍질 속의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口卒)이라 하고, 어미닭이 밖에서 쪼는 것을 탁(啄)이라 한다. 쪼아도 서로 다른 시간에 다른 곳을 쪼으면 안 된다. 안과 밖에서 동시에 같은 곳을 쪼아야 단단한 껍질이 깨어져 병아리가 살아서 나올 수 있다. 이것을 줄탁동시(口卒啄同時)라 한다.
계란 속 병아리가 그냥 세상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안과 밖에서 서로 노력을 해야 비로소 새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다.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 안과 밖에서 쪼아대는 장소와 시기가 서로 어긋날 때 그것은 무모한 작업이 되어 계란 속의 병아리는 세상구경조차 못하고 알 껍질 속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
세상사 이처럼 서로 힘을 합쳐 노력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혼란스러운 것도 다 따지고 보면 각계각층에서 줄탁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호흡을 맞추어가며 힘을 합해 쌍방에서 노력할 때 어려움도 극복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여러 개 악기가 모여 각자 음을 내지만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리지 않고 아름다운 소리가 되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이야말로 줄탁이 절묘하게 시기에 맞춰 이루어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남녀 간의 사랑에서도 줄탁이 동시에 이루어지면 그 사랑은 서로가 인연을 만난 것이 되어 열매를 맺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아픔으로 남게 된다. 최근 이혼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결혼 5년 이하의 신혼 이혼율이 전체 이혼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한다. 이 또한 줄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예들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매사 마찬가지다. 가정에서도 부부 간에 부모와 자식 간에 줄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화목한 가정이 되지 못하고 깨진다. 기업에서도 노와 사 간 줄탁 소리가 서로 다르게 나니 노사분규에 휘말리게 되고 급기야는 회사가 망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한 나라에서도 이치는 마찬가지다. 줄탁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니 나라가 평안할 리 없다.
깨달음에 목마른 제자가 가르침을 구할 때 어미닭이 절묘하게 알 껍질을 쪼아주듯, 스승이 던진 한 마디 가르침으로 제자가 득도하게 된다면 스승으로서는 이보다 더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학생 체벌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체벌이 필요하다는 측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입장이 그것이다.
내일이 스승의 날이다. 학교에서 사제지간에 줄탁이 이루어질 때 스승과 제자 사이에 사랑과 존경심이 생겨나고 서로 아름다운 가교가 놓여 교육의 열매를 맺을 수가 있는 것이다.
학교 교실에서 큰 인물이 되라고 가르치는 교육 중에 들려오는 줄탁의 소리는 체벌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매이다.
얼마 전 인천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제자에게 지나친 체벌을 가하였다 하여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집행유예이긴 하지만. 형량을 놓고 양론이 있는 것으로 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져도 맑아야 할 곳이 있다. 그곳은 진리의 전당으로 불리는 학교다. 학교 교육이 바로 서지 못하면 그 나라의 앞날은 기대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공동의 선을 이루고 이 땅에 정의를 세우기 위해 줄탁동시적 사고로 서로 힘을 합해 노력할 때이다. ‘줄탁동시’. 누구나 좌우명으로, 가르침의 지표로 삼을 만한 사자성어 문구가 아닌가 한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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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13 19: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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