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위선적 사회(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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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5.22)
/조우성의미추홀
위선적 사회
이 나라 역대 정권들이 그간 벌여온 사회정책적 행적들을 보면 마치 대한민국이 청교도적 기독교 국가처럼 보일 때가 많다. 권력을 잡자마자 흔히 칼을 빼 든 게 만만한(?) 매음굴 단속이었는데 그에 성공한 예가 없었다.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어서 성매매를 뿌리 뽑겠다며 전가의 보도를 꺼내 들었지만 결과는 거의 빵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도처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유사 업종이 만화방창 성업 중이란 보도이다.
그와 비슷한 경우가 도박 정책이다. 희한한 것은 국가는 도박을 해도 상관없지만 일반 국민이 그를 운영하거나 국가가 허가하지 않은 도박장 이외의 장소에 얼씬거리면 가차 없이 법의 이름으로 벌을 내린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국인 출입을 허가한 '강원랜드'에서는 1회에 1천만 원을 베팅해도 용인되고, 전국 각처에 진을 치고 있는 경마장이나 경정장은 북새를 이루고 있으며 매주 말 일확천금을 꿈꾸는 '로또의 밤'은 불빛이 휘황하다.
법의 이름으로 도박을 금지한다는 것은 말뿐이고, 국가가 도박으로 국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꼴이 가히 '도박 천국'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 서민이 잔돈푼으로 즐길 수 있는 '오락'은 전혀 용납하지 않는 도덕적 국가다.
근엄한 스토이즘으로 무장한 정치가나 행정가 혹은 법률가들은 '정치 게임'이나 '권력 게임'을 즐기느라 '게임'을 잊고 사는지 몰라도 그를 부도덕하게만 보는 단선적 사고가 오히려 문제로 보인다. 강원랜드에서 영화 속 같은 희대의 사기게임이 벌어졌다는 뉴스다. 위선적 사회의 실밥이 터지는 소리로 들린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522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5-21 오후 8: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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