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옥상가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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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인천신문(09. 5. 4)
오광철의 전망차 /
옥상가옥
옥탑방이든 옥상옥이든 그게 그거다. 그 옥상옥을 단속하던 때가 있었다. 1980년대 초였다. 옥상에 또 집을 올리는 행위였는데, 대개가 신축하는 규모의 무허가이니 문제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인천시 청사에 옥상옥을 올리느라 빈축을 샀었다. 당시 시청사는 지금의 중구청 자리로 일제때 건물을 사용하느라 비좁아 옥상에 가건물 한층을 더 올렸던 것이다.
중국 고사성어에 옥상가옥(屋上架屋)이란 것이 있다. 남의 것을 모방하거나 필요없는 일을 이중으로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삼국시대 세나라를 통일한 魏(위)는 국호를 晉(진)이라 고치고 도읍을 낙양에 두었다. 그러나 오나라의 옛도읍인 건업은 풍광명미하고 여전히 강남의 중심지였다. 시인 庾仲(유중)이 그 번화함을 읊어 시를 지었는데 모두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그때 한 고관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마치 지붕 밑에 지붕을 만든 격(屋下架屋)이야. 같은 말을 반복한데 지나지 않거든.”
또다른 이야기이다. 北齊(북제)의 安之推(안지추)라는 학자가 자손들을 위해 지은 安氏家訓(안씨가훈)에 나온다. “학자들이 예전의 저술을 현대어로 고쳐 쓰고 있는데, 이론과 내용이 중복되고 흉내만 내고 있으니 그야말로 지붕 밑에 또 지붕을 만든 격이야.” 원전에서는 두편 모두가 ‘옥하가옥’으로 되어 있으나 오늘날에는 ‘옥상가옥’으로 고쳐 쓰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건물들은 지붕이 없고 대개 슬라브 옥상 구조이다. 일반 가옥들도 그렇고 빌딩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높은 데서 조망하면 지저분하기가 이를 데 없다. 옥상 관리를 게을리하여 생활쓰레기는 아니더라도 온갖 잡동산이가 쌓여 있다. 눈에 안 보이게 한다는 것이 오히려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근래 옥상을 활용하여 정원으로 꾸미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천시가 2004년부터 벌여온 옥상정원사업은 휴식공간으로 제공할 뿐 아니라 시멘트 바닥이 흡수하는 일사량을 줄여줌으로써 냉방의 효과도 가져다 준다. 금년에도 민간 참여자를 모집하리라는데, 공사비 절반은 시가 지원한다고 한다. 병행하여 안전시설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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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03 19: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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