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죽는 것이 사는 것이다(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09. 5. 6)
죽는 것이 사는 것이다
/최종설 인천시교육청 기획관리국장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임진왜란 때 한산도 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500여 척의 왜군과 싸우는 절박한 상황에서 결사항전의 자세로 싸우기 위하여 한 말이다. 그러나 그 원전은 춘추전국시대에 무패신화를 이룬 장군 오기가 지은 오자병법의 필사즉생, 행생즉사라고 한다.
최근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이하여 국무회의시에 최근의 경제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 말을 인용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말에 고개를 끄떡일 때가 참 많다. 죽기를 각오하면 못 할 것이 없고, 두려운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젊은 연예인들이 늘어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난번 베이징올림픽과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 모습을 보면 이 말이 더욱 실감이 난다. 우리 선수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 그리고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인프라를 가진 야구의 나라 일본과의 경기에서 말 그대로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싸워서 우승과 준우승의 쾌거를 올렸다.
신화와 기적은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죽기를 각오하고 총력을 다 할 때 일어나는 것이다. 우유에 빠진 개구리가 죽기를 다하여 발버둥을 쳐서 우유가 치즈가 되어 살아났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타인과의 싸움에서 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신을 죽이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힘들다. 자신을 죽이고, 스스로 낮아지는 사람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다.
성경 말씀에 '밀 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고 하였고, 자신을 낮추는 자는 높아질 것이요, 자신을 높이는 자는 낮아진다고 하였다.
김장김치처럼 살라는 말이 있다. 겉절이 인생으로 살지 말고 김장김치 인생으로 살아라. 제대로 된 참 맛을 내는 김장김치가 되려면 다섯 번을 죽어야한다. 밭에서 뽑힐 때, 칼로 배를 자를 때, 소금으로 절일 때, 매운 고춧가루와 짠 젓갈로 버무릴 때, 그리고 독에 넣어 땅 속에 묻힐 때 이렇게 다섯 번을 죽어야 김장김치의 깊은 참맛이 난다고 한다.
우리 인생도 자신을 죽이고, 낮출 때 참 인생을 산다는 것을 알게 하는 말이다. 낮추는 마음, 겸손한 마음으로 살려면 물과 같아야 한다고 한다. 물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겸손으로 살고, 어떠한 모양의 그릇에도 그 모양에 맞추어 주는 섬김으로 살고, 자기를 죽이고, 모든 것을 내주어 다른 생명을 살린다고 한다. 실개천이 끊임없이 낮은 곳으로 흐르지 않았다면 어찌 넓고 깊은 바다가 되어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잉태 할 수 있겠는가.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한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자신을 두고, 다투지 않기 때문에 산을 만나면 돌아가고, 분지를 만나면 그 빈곳을 가득 채운 다음에야 나아가고, 마음을 비우고, 때가 무르익어야 움직인다. 결코 무리하게 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허물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최고의 선이 물과 같다고 하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높아지기 위해서, 뒤와 옆을 돌아 볼 겨를이 없이 앞만 보고 돌진하는 것 같다. 돌아가고, 채우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남을 넘어트리고, 헐뜯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
인생을 마감 할 때 후회하고, 허무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무엇을 위해서 생즉사, 사즉생 해야 하는지, 어디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교육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종이신문정보 : 20090507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5-06 오후 9: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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