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꿈을 접는 청소년들(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ㄴ천신문(09. 5. 7)
원현린 칼럼/
꿈을 접는 청소년들
주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우리들 세상’. 예전에는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동네 뒷골목이나 앞마당 등 아이들이 노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오월의 노래가 들려오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제 오월은 더 이상 푸른 오월이 아니다. 국회의 ‘대한민국 아동청소년 지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인천에서는 모두 8천26명의 청소년이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에 검거됐다는 보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청소년 범죄의 유형을 분석해 보면 단순절도 외에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도 상당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오늘 날 범죄는 범인 본인의 책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환경이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예가 흔하다. 여기에서 사회적 책임론이 대두된다. 범죄도 환경의 산물이다. 청소년들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함이 급선무다.
꿈을 접어야 하는 우리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전직 대통령 뇌물비리 혐의의 수사과정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이를 지켜보는 청소년들이다. 줄줄이 구속되는 기업인, 정치인, 고관대작들과 심지어 대통령을 지낸 사람까지 검찰에 소환당하는 것을 목도하며 공부를 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다. 이들에게 이러한 사건들을 잘 보아 두었다가 반면교사로 삼아 열심히 공부하라고 누가 자신 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우러러 존경할 인물이 없다는 청소년들의 답변은 옳다.
며칠 전 교육 당국이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금연교육을 시킨다고 발표했다. 중·고등학교에서 흡연은 오래됐다. 하지만 초등학교의 흡연은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어린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나무라던 어른이 봉변을 당하기까지 한다. ‘아저씨가 나 담배 피우는데 보태준 것이 있느냐’며 따져 묻거나 폭행까지 불사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은 이제는 놀랄 것도 못된다. 흔히 있는 일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담배 재떨이까지 설치해주는 일도 있다고 한다.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이러다간 사제지간에 맞담배 피울 날도 멀지 않았는지 모른다.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입시제도 하나 정착시키지 못하고 해마다 ‘그때그때 달라요’이다. 그저께 어린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 자녀 등 어린이 26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정부는 어린이 여러분이 공부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제는 입시와 관련, 어떠한 말을 해도 공허한 외침으로 들린다. 얼마 전에는 시험압박으로 중학생들이 집단 자살을 시도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공부의 중압감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청소년들이 한둘이 아니다. 모두가 다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아이들은 보고 배우면서 자란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사표가 될 만한 행동을 보일 때 아이들도 모범적으로 자랄 수 있다. 과거에는 ‘검사와 여선생’ 이라는 영화를 보거나 ‘춘향전’을 읽거나 하면 청소년들은 한번쯤 과거급제의 꿈을 꾸지 않은 학생이 없었다. 극장에서 권선징악하는 통쾌한 장면을 보면 박수소리도 터져 나오곤 했었다. 이제는 고시에 합격하여 정의를 바로 세우고 약자를 돕겠다가 아니라 “나도 전직 대통령을 구속해야지”라고 말하는 학생을 보고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몽골 고원에서 불어오는 누런 모래바람만이 황사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푸른 꿈을 뒤덮고 있는 우리의 암울한 현실이 더 해로운 황사이다.
다시 학동들이 부르는 푸른 오월의 노랫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도 세상을 푸르고 푸르게 만들어야 하겠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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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06 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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