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상징 퇴출(象徵退出)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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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5. 7)
상징 퇴출(象徵退出)
/조우성의 미추홀
"연잎에 밥을 싸 두고 반찬은 장만하지 마라./닻을 들어라, 닻을 들어라./대삿갓은 쓰고 있다. 도롱이를 가져 왔느냐/찌거덩 찌거덩 어여차/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저를 따르는가. 제가 나를 따르는가.(어부사시사 중 夏詞)"
조선 3대 가인(歌人)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고산 윤선도의 시조다. 고산이 효종 때 부용동에 들어가 은거할 무렵 지은 것인데 여기서 갈매기는 당시 사대부들이 추구했던 자연합일의 고전적 상징으로 훨훨 날고 있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사람 가까이서/사람과 같이 사랑하고/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성북동 비둘기)"
1968년 이산 김광섭 시인이 '월간문학'에 발표한 그의 대표작이다. 현 고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돼 있는데 이 시에서 비둘기는 물아지경을 살던 고산의 갈매기와는 달리 인간 문명에 의해 내쫓긴 비극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 후손일 오늘 인천에 사는 갈매기와 비둘기들은 아예 지상으로 추락한 지 오래다. 더는 자연이나 낭만의 상징이 아니며 사랑과 평화는커녕 인간에게 이웃으로 살기를 거부당한 퇴출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조나던 리빙스턴(갈매기의 꿈)' 같이 '더 높이 날려는 의지'를 버린 채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하늘' 대신 인간의 땅에서 '새우깡'으로 연명하거나 부두에 야적한 밀로 배를 채우며 산란(産卵)의 꿈만 꾸어 왔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그 퇴치제까지 나왔는데 효과가 좋다는 보도다. 어쨌거나 슬픈 풍경이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506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5-05 오후 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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