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생활 명품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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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5. 8)
생활 명품
/조우성의 미추홀
국어사전은 명품을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개념만으로는 명품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대, 인종, 지역에 따라 명품의 개념은 천차만별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잘디잔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있는 1억여 원짜리 스위스 제 시계 피아제를 우선적으로 꼽지만, 그가 한국 고미술을 전공한 진지한 학도라면 주저 없이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을 꼽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한 시대를 쥐고 흔들던 선동가도 아니요, 고미술에 관한 남다른 소양과 감식안을 지닌 전문가도 아닌 저잣거리 갑남을녀의 '명품'은 과연 어떤 것일까? 제 눈에 안경이라지만 그 대답 역시 각양각색일 듯싶다.
하지만 그것이 시계든, 골동품이든 간에 선뜻 살 수 없을 정도의 고가인 동시에 세계의 뒷골목 어디선가 가짜들이 수없이 만들어져 떠돌고 있다면 일단 속물주의적 의미의 명품 반열에 끼워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명품은 그렇듯 가짜를 숙명적으로 거느려 왔다.
역으로 말하면 가짜 없이는 폼 나는 행세를 하기 힘든 게 명품이지만 굳이 신주단지 모시듯 하지 않고 편하게 그 쓰임새에 흡족해 하며 더불어 살 수 있는 명품도 있다.
소위 '명품 팬'들은 헛소리라 하겠지만, 적어도 '생활의 발견'을 쓴 임어당(林語堂)의 팬들은 동의하리라 믿는 정다운 품목이다. T셔츠, 반창고, 페트병, 스타킹, 라면, 호일, 자전거, 라디오, 핸드폰, MP3 등등. 이들은 꿈을 ?는 허영의 산물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라는 점과 다이아몬드를 박을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508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5-07 오후 8: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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