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패밀리'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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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4.24)
'패밀리'
/조우성의 미추홀
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기간 개인이 받아온 성적표(成績表)에 따라 획득된 것이다. 못 보거나 안 본 것처럼 말하지만 성적표는 늘 공개됐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인간과 실력에 비해 과분한 자리가 주어졌을 때 사회는 약속이나 한 듯 모종의 매관매직에 대해 차가운 눈초리를 보낸다. 그것이 평등 제1주의를 밤낮 내세우는 너희들의 짓거리였단 말이냐는 비아냥도 내쏜다.
하지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인간을 줄로 세운다든지 등급을 매기는 것은 반민주적이라고 하는 가치관은 정권에 관계없이 일상적으로 붕괴되어 왔고, 국민은 그 같은 몰염치가 어디에서부터 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 전통적 고질병은 학연, 지연, 혈연을 바탕으로 한 '패밀리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 대통령의 형인 '촌로(村老)'까지 서슴없이 '패밀리만은 건드리지 말라'는 말을 할 정도로 사회 뼛속까지 만연돼 있었던 것이다.
'패밀리'라니, 저희가 무슨 '마피아'란 말인가 싶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는 '패밀리'가 많다. 세상 천지에 무슨 향우회, 전우회, 교우회가 이렇게 많은 나라가 또 있는가 싶게 우리는 그에 갇혀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촌로'에게 잘못이 있었다면 의도했던 아니던 그 부분에서만은 비교적 솔직하게 말한 것처럼 된 죄밖에 없는지 모른다. 문제는 우리 지역사회에는 '패밀리'가 없느냐는 점이다.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볼 일이다. 불현듯 제 앞발을 들어 영역을 더 높게 표시하고 다니는 시이튼의 큰 곰들이 희화적으로 떠오른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424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4-23 오후 9: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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