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호랑이 형님(퍼온글)
본문
퍼온곳: 인천신문(09. 4.30)
오광철의 전망차 /
호랑이 형님
가난한 나무꾼이 산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당장 잡아 먹겠다고 으르렁거리는 호랑이에게 나무꾼이 “형님”이라면서 엎드려 절했다. 어이가 없어 하는 호랑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가 늘 말씀하시기를 형이 어려서 나무하러 간다며 산속으로 들어갔는데, 아직 소식이 없으니 필시 호랑이가 되었으리라고 믿으신다고 했다. 호랑이가 생각하기를 자신이 어디서 태어났으며 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자 속아 넘어갔다.
호랑이는 나무꾼에게 한 달에 두 번씩 돼지를 물어다 줄 테니 어머니 모시고 잘 살라고 말했다. 나무꾼이 고비를 넘기고 돌아온 후 초하루와 보름이면 돼지 한 마리씩을 물어 왔다. 그해 겨울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호랑이도 소식이 두절되었다. 그런데 하루는 호랑이 굴 인근에서 꼬리에 흰 헌겁을 맨 세 마리 새끼 호랑이를 만났는데, 어인 일이냐고 물었더니 호랑이 어미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하다 죽었다는 것이었다. 나무꾼은 자신이 죽을까봐 거짓말로 모면했던 것을 호랑이는 정말로 알고 의리를 지켰다는 데에 감탄했다.
전망차자가 어렸을 적 소파 방정환의 동화집에서 읽은 ‘호랑이 형님’의 줄거리인데, 김포군지에 의하면 가현산 인근 마을에 전해오는 전설이라고 한다. 歌絃(가현)산은 인천시 서구와 김포군 양촌면 경계 해발 215m의 산이다. 산의 형국이 코끼리 머리와 같다고 해서 원래 象頭(상두)산이라 불리던 산이라고 한다. 그후 산에 칡이 번성하여 葛峴(갈현)산이 되었다고 한다.
가현산이란 이름은 갈현의 와음이기도 하거니와 예전 중국과 쑥 교역이 성했던 시절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가현산 일대 쑥이 효험이 있어 안동포구를 통해 중국과 무역하면서 인근에 주막이 성하여 그곳에서 주연을 베풀고 가무를 즐기느라 歌絃이 되었다는 것이다. 산세가 험하여 숲이 울창한 데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서해 낙조가 아름다워 김포팔경의 하나로 뽑힌다고도 한다.
수도권의 생태축을 이루는 가현산 인근 도로변이 투기한 폐기물로 어지럽다는 보도이다. 여러 가지 유래로 아름다운 산 이름을 다시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04-29 19:54:13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