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청소년이 아프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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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4.16)
원현린 칼럼
청소년이 아프다
주필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쓰러진다 했다. 우리는 지난 식목일에 나무를 심었다. 구덩이를 파고 거름을 넣고 그 위에 묘목을 심었다. 다시 물도 흠뻑 주었다. 뿌리가 잘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착근이 잘 돼야 나무가 죽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다.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기초가 튼튼해야 오래 버티고 설 수가 있다. 기초가 부실한 건축물들이 하루아침에 붕괴되는 모습을 우리는 지켜보아 왔다.
매사 마찬가지다. 청소년기는 기초를 쌓는 단계다. 이 시기에 공부를 안 하고 게을리 하게 되면 평생을 고생하고 후회한다. 이 때문에 청소년을 향해 우리는 소년이노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하니,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학문에 힘쓰려면 정신이 건강해야 한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해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이제 오월이 다가오고 있다. 오월은 청소년의 달이고 가정의 달이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어린이를 위한 각종 행사장에서 어른들은 “어린이는 나라의 주인공이다. 튼튼하게 자라나서 나라의 동량이 되어야 한다.”하고 운운하며 연설을 할 것이다.
어린이가 자라서 청소년이 된다. 이들은 곧 한 나라의 주인공이 된다. 장래의 주인공인 청소년이 건강하지 못하면 그 나라의 앞날은 기대할 필요도 없고 희망을 가질 것도 없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아프다 한다.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한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늘어나는 청소년들의 자살이 그것이다.
며칠 전 사설란에 게재됐지만 청소년 자살 실태를 다시 한 번 인용하면 통계수치는 다음과 같다.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인천지역 각급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은 32명에 이르고 있다. 가히 충격적인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자살을 선택, 겉으로 드러난 수치가 이 정도일 뿐이지 향후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다. 인천시 청소년 상담지원센터의 ‘10대 청소년 정신 및 행동장애 진료인원 추정치’는 지난 2005년 1만8천50명이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2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 한다.
학생 자살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가정불화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질병, 이성 관계, 우울증, 집단 괴롭힘 순이었다.
이처럼 실태가 나왔고 원인이 분석됐다. 그러면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치유를 미루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우리도 이제 경제규모 세계 13위로 경제 대국이다. 미룰 것을 미루어야지 국민들의 건강문제를 미룬대서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방은 치료보다 낫다. 하지만 이미 걸린 병이라면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과 같다.
정신장애로 고통을 겪는 성인 중 80% 상당이 아동·청소년기부터 병을 앓다가 제때 치료하지 않아 만성화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 분석 결과에서 보듯 질병의 조기치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그 사회가 건전한 사회냐, 병든 사회이냐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 여하에 달려 있다. 건강한 시민으로 구성된 사회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건강하지 못한 시민들로 구성된 집단은 오래 가지 못한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농번기이다.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어린 벼가 모다. 이 모가 싱싱하고 건실해야 논에 이앙을 해도 잘 자란다. 모판의 모가 시원치 않으면 벼가 잘 자라지 못하고 열매도 건실하지 못하다.
나라에 있어서도 이치는 마찬가지이다. “한 나라의 흥망은 결국 국민의 튼튼한 건강 여하에 달려 있다.” 영국의 정치가 디즈레일리의 말이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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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15 18: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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