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어린이 처세술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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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3.27)
어린이 처세술
조우성의 미추홀
매 학년마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권장도서 목록에는 삼국지가 빠지지 않는다. 어느 학교에서는 '권장'이 아니라 '필독'의 순위 1~2위에 삼국지를 계속 올려놓기도 한다. 식을 줄 모르는 '삼국지 열풍'이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쓴 지하의 나관중을 따돌리고 광복 이후 한국의 내로라하는 문장가들이 틈틈이 '누구누구의 삼국지'라는 이본(異本)까지 줄기차게 내고 있는 판이니 '낙양의 지가(紙價)'가 안 오를 리 없다.
그런 세태를 반영이나 하듯 연전에는 인천 중구 청관(淸館) 언덕배기에 삼국지 벽화가 등장했고, 중국인 감독 오우삼이 맘먹고 800억 원이나 들여 만든 영화 '적벽대전 2'는 250여 만 명이 관람하는 호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삼국지를 평가절하 하는 시각도 있다. 등장인물 1천여 명이 벌이는 대 로망이라는 우호적 시각보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온갖 전쟁과 빈 배로 10만 개의 화살을 구해 온다는 지략 따위를 칭송하는 악서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삼국지가 미 육사 웨스트포인트의 전술 교과서 가운데 하나로 채택되고 있다는 것은 일견 수긍 가는 일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수단으로서의 '처세(處世)'를 배우는 교과서처럼 떠받들어지고 있다는 건 문제다.
최근 출판사들이 '어린이 처세술' 관련 도서를 마구잡이로 펴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점마다 덩달아 '어린이 처세' 코너를 만들어 북새를 이룬다니 어이가 없다. 어린이도 소위 '처세'를 배워야 사는 세상이라니 '미친 사회'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어린 영혼들을 결코 지략과 술수와 권모로 무장시킬 수는 없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327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3-26 오후 8: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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