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마음 속 꽃동리(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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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인천신문(09. 3.30)
오광철의 전망차
마음 속 꽃동리
봄을 준비하는 공원길은 노오란 병아리 색깔로 완연했다. 모처럼 화창했던 지난 주말 자유공원에는 우선 노란 산수유가 만발하고 양지쪽 개나리가 부풀어 터졌다. 거기에다 선생님에게 이끌려 나온 유치원 어린이들의 단복이 또하나의 노오란 꽃을 피웠다. 예년보다 꽃소식이 빠르다고 했거니와 며칠새 몰아친 찬바람 때문이었을까. 아직은 벚나무 꽃망울이 조금은 부푼 듯 을씨년스러웠다. 머잖아 이곳에 꽃소식은 들리겠지. 봄볕을 받은 바다가 눈부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봄꽃으로는 살구꽃과 복숭아꽃이겠다. ‘고향의 봄’ 동요에도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를 읊고 있다. 요즘 도시에서 살구라면 혹 외국수입품인 말린 것으로 알지만 시골에 살아본 사람이면 살구꽃을 모를 리 없다. 고향집 얕으막한 흙담을 따라 흰 살구꽃이 소복 차림의 아낙처럼 피었었다.
그러나 꽃도 시절을 타는가. 살구꽃은 인정하지 않고 개나리 진달래도 시큰둥하다. 벚꽃이라야 환성을 터뜨린다. 대지에 온기가 가득하고 꽃망울이 벌어지면 도시마다 벚꽃 축제를 벌이느라 떠들썩해지는데 벌써 남쪽 진해에서는 군항제가 개막되었단다. 중부지방에서는 20일은 더 있어야 한다.
화신도를 보면 제주도에서의 벚꽃 개화일은 3월29일경이고 남해안에는 4월1일경 상륙한다. 이후 4월10일쯤 대충 태백산맥 이동과 소백산맥 이남에 이르고 15일이면 중부내륙, 중부 서해안은 이보다 늦어 4월20일경이다. 개나리는 이보다 조금 빠르다. 3월20일경 제주도를 통과하는 진달래와 개나리 개화일은 25일에 남해안에 상륙, 30일이면 태백 소백산맥선에 이르고 4월5일이면 중부지방에 도달한다.
천상 중부지방의 꽃소식은 며칠 더 기다려야겠다. 벚꽃도 기다리고 도시 주택가에서 자태를 자랑하는 목련도 조금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길가에 행상이 진열해 놓은 꽃화분으로라도 집안을 꾸며볼까. 경제가 어려워 시름에 잠겼다고는 하나 꽃을 완상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어서야 되겠는가.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리”를 마음 속의 “꽃동리 새동리”로 가꾸어 보자.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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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29 18: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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