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곳 : 인천신문(09. 4. 2)




원현린 칼럼

국록(國祿)을 받는 자 돈을 탐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는 “세상의 모든 권력과 금력과 인연 등이 우리들을 둘러싸고 유혹하고 정궤(正軌)에서 일탈하도록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 만약 내 마음이 약하고 힘이 모자라서 이런 유혹들에 넘어가게 된다면 인생으로서의 파멸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법관의 존엄성으로 비추어 보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라고 법관들을 향해 훈시, 청렴을 강조했다.

가인은 또 부산 피란 시절 “온 천하가 일자리는커녕 먹을 것 입을 것이 없고, 발 뻗고 잘 방 한 칸 없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얼마가 됐든 국록(國祿)을 받는 사람은 불평하거나 돈을 탐내서는 안 된다”라고 공직자의 자세를 바로잡아 주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비서관 회의에서 “앞선 능력과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며 윤리·도덕적 측면에서도 한 점 부끄럼이 없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공직자로서 청렴의 자세를 지니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하지만 이 당연한 논리가 화제가 되고 기사가 되어 언론에 보도되곤 하는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풍토다. 사회가 얼마나 혼탁해졌기에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유별나게 인식되겠는가?

지금 우리는 부정이 만연된 사회에 살고 있다. 그 부정은 입법, 행정, 사법 가리지 않고 퍼져 있다. 부정부패는 발본색원해야 한다. 맑아야 할 곳이 맑지 못하고 혼탁하니 나머지 다른 분야는 기대난이다. 오죽이나 사회가 썩었으면 국민권익위원회가 ‘사회복지보조금 부패신고 특별기간’을 정하고 신고를 받을 정도이다. 위원회는 4월 1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최근의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소외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금 보조금을 부당하게 집행하거나 횡령하는 행위를 신고받고 있다.

신고를 받는 돈의 성격으로 보면 감히 손도 대지 못할 소중한 곳에 쓰일 귀한 돈들이다. 그 내역은 생계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해산급여, 장제급여, 실업급여, 모성보호급여, 고용안정지원, 직업능력개발지원, 학생급식비지원, 학교운영비지원, 무상장학금지원, 쌀소득보전직불금, 친환경농업직불금, 경영이양직불금 등이다. 어느 한 조목도 부정하게 손댈 곳은 하나도 없다.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사회복지 보조금을 횡령하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지구상엔 없을 것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소위 박연차 리스트에 올라 있는 정관계 인사들의 명단이 지난주에 이어 금주에도 끝없이 나오고 있다.

요즘 신문을 접하는 시민들은 “모두가 도둑이었군!” 하며 엄청난 뇌물수수 액수에 혀를 찬다. 상당액의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들이 무엇에 어떻게 쓰려고 그 많은 액수의 돈을 정치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수수하는지 알 수가 없다. 부정에 연루된 고관대작들 또한 마찬가지다.

터졌다 하면 대형비리이다. 전무후무하고 전대미문의 사건들이다. 국토는 좁은 나라에서 무엇이든지 일어났다 하면 대형이다.

부정과 결탁, 한번 처벌을 받은 공직자는 사면 복권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들에게 또 다시 기회를 주어봤자 사복이나 채우려하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충성할 리 만무하다.

일제 강점기의 시인 윤동주는 부끄럽지 않은 삶에 대한 소망과 의지를 표현한 그의 작품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어 그는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라고 하여 주어진 자신의 사명을 다하겠다는 결연한 실천 의지를 시어로 나타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녹봉을 받는 사람 중 하늘을 우러러 조금도 부끄럼 없이 살아가는 인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한 점 부끄럼 없는 사회조성이야말로 진정 우리가 추구해 나가야 할 이상(理想)이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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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01 18: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