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약탈 문화재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09. 3. 6)
약탈 문화재
조우성의 미추홀
80년대 후반이었던 것 같다. 멕시코의 한 청년이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전시 중인 고대 멕시코의 천문도를 감쪽같이 훔쳐 귀국해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루브르는 대경실색이었지만 멕시코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가 유물 반환을 강력히 요청한 데 반해 멕시코는 그럴 의사가 없다고 해 한동안 옥신각신하였다. 비록 천문도의 귀환이 정상은 아니었으나 약탈당했던 문화재를 약탈자에게 되돌려 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루브르박물관이 세계 최대의 장물 창고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것은 소장품의 상당수가 아시아·아프리카에서 약탈해 간 것이거나 문화재에 미처 눈을 뜨지 못했던 후진국에서 거저 얻다시피 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때 돌려줄 듯 눙치다가 지금까지 움켜쥐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는 프랑스 군이 인천에서 약탈해 간 것이요,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은 꼴랭 드 쁠랑시 같은 골동 수집가들에 의해 쉽게 반출됐던 것이다.
그들이 아시아 컬렉션에서 청(淸)을 빼놓았을 리 없다. 기메 박물관 등을 설립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같은 집요한 수집의 결실이기도 한데 이번에 경매 처분한 이브 생로랑의 소장품 가운데 약탈 문화재가 있어 논란이다.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지만 '문화 선진국' 프랑스는 보란 듯 경매를 강행했다. 그것이 희대의 해프닝이 된 것은 최종 낙찰자가 중국인이었고, 그가 "결코 대금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데 있다.
프랑스의 망신살을 인천의 외규장각 도서를 중국처럼 약탈당한 입장에서 가가대소 고소해 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들의 이후 대응이 주목된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 : 20090306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9-03-05 오후 9:05:59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