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수사(修辭)전쟁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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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3.11)
수사(修辭)전쟁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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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달,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성명 끝에 "역적 패당들의 반공화국 적대감 고취와 임전 태세 강화에 따른 북침 전쟁열이 높아지면 질수록 더욱 더 강력하고 무자비한 섬멸적 징벌로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었다.
10년 만에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그것도 예사롭지 않게 군복 차림으로 조선중앙TV에 나왔다고 해서 그 자체가 이야깃거리였는데, 그의 성명 속에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들어 있었다. '무자비'란 수식어가 그것이다.
그 후 북한은 각종 매체를 통한 성명전에서 압박의 도를 점점 더해 가더니 급기야 그제는 "공화국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튄다면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하면서 다시한번 '무자비(無慈悲)'란 용어를 동원했다.
듣기에 섬뜩해지지 않을 수 없는 초강경 수사적 언급이지만 사실 어제, 오늘 등장한 것은 아니다. 6·25전쟁의 사활이 걸린 낙동강 전투 때 북한이 거리 요소요소에 내다붙인 독전(督戰) 포스터에도 바로 '무자비'가 나온다.
'부산과 진해는 지척에 있다. 승리의 기를 높이 들고 앞으로! 앞으로!' 란 부제가 달린 포스터의 메인타이틀 역시 '적들을 일층 무자비하게 소탕하라!'였다. 그러고보면 '무자비'의 사용이력도 꽤 오래된 셈이다.
사전에 '자비'를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거나 그렇게 여겨 베푸는 혜택'이라고 했으니, '무자비'를 '관계 단절(斷絶)' 정도의 의미로 치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일촉즉발 같아 안타깝다.
0.0001mm든 무엇이든 수사(修辭)는 수사로 끝나야 한다. 6·25 같은 천추의 한를 다시 범할 수는 없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 : 20090311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9-03-10 오후 8: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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