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허접한 종이 철도전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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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2.25)
허접한 종이 철도전
/조우성의 미추홀
일본은 철도의 나라다. 열도 구석구석에 거미줄처럼 깐 노선은 가히 환상적이다. 시속 300㎞ 주파를 눈앞에 두고 새로 단장하는 신칸센에서부터 '철도원'이란 영화 등에 등장했던 기동차에 이르기까지 애착이 대단하다.
그들은 수도 도쿄건, 시골 온천 동네 유자와(湯澤)건, 서점에 예외 없이 '철도 코너'를 마련해 놓고 옛 기차 시간표 복각본(覆刻本), 폐선 사진집, 증기기관차 도록, 철도여행 비디오, 철도 노선집 등을 팔고 있다.
그 같은 '철도 열광'이 군국주의에 대한 변형된 향수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흥미롭다. 대륙 침탈의 상징인 '만철(滿鐵)', 준군사적인 철도 관제, 군복을 빼닮은 복장 등이 그런 유추를 가능케 하고 있다.
그러나 각 역(驛)마다 그 고장 특유의 미각을 자랑하는 '에끼벤또[驛 도시락]'를 내 놓고, 일년에 한번씩 전국 품평회까지 여는 것을 보면 철도가 이미 친근한 생활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철도문화는 아직 초보 단계다. 24일 끝난 '2009 종이 철도 전시회'를 봐도 그런 느낌이다. 신문 보도만 믿고 고속도로 통행료, 공항 주차료까지 물어가며 가 봤더니 마치 초등학교 공작 교실 같았다. 종이로 만든 기차 모형이나 관련 수집품은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세계 최고의 기차 모형 생산 국가에서, 더구나 국가 관문인 공항에서 그 같은 허접한 전시회를 연 공항철도(주), 인천국제공항공사, 그리고 과장 보도한 매스컴들에 부아가 날밖에 없었다. 행여나 다른 나라의 관광객이나 철도 관계자가 볼까 걱정이었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 : 20090225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9-02-24 오후 8: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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