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 계양산 호랑이(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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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2. 5)
오광철의 전망차
계양산 호랑이
부평초등학교라면 혹 부평구 언저리에서 찾는 시민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부평초등학교는 계양구 계산동 주택가 안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 만큼 계양산하의 계산동은 부평의 옛고을 부평읍 소재지였다. 지난 1999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발간한 동교 ‘부평백년사’의 사진 한장이 불과 수십년 전 계산동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1938년의 사진이라고 하나 사실 계산동이 시가지로 개발되기 이전인 1970년대만 해도 그 모습이었다.
단층의 부평초등학교 뒷편으로 계양산 자락에는 별로 인가가 없었다. 산 아래 P면장댁 땅까지 밭이었고 듬성듬성 더러 초가가 몇채 있었을 뿐이다. 그런 형편이었으니 1945년 일제가 물러간 당시 계양산에는 호랑이가 있다고 했다. 저녁이면 어슬렁어슬렁 동네로 내려오는 호랑이의 두 눈이 흡사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같았다거나 호랑이가 누구네 집 대문 개구멍으로 꼬리를 넣고 흔들더라는 소문이 있었다. 실제로 호랑이를 사냥하겠다고 산으로 들어가는 포수들이 있었고 호랑이로 짐작되는 짐승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고 했으나 호랑이로 확인된 바는 없었다. 그만큼 숲으로 울창했던 계양산이 까까머리 민둥산이 된 것은 해방이 되자 무차별로 벌목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지금 계양산은 숲을 되찾아 푸른산이 되었다. 그동안 꾸준히 산림녹화에 힘을 기울인 결과이다.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자연보호단체의 골프장 반대 운동이나 반딧불이가 되살아났다느니 어느 골짜기에서 희귀동물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아니라도 그곳에 짐승들이 깃들이고 있으리라 여겨질 만큼 되었다. 지난주 계양산 일대에서 전개한 녹색운동연합 회원들의 야생동물 먹이주기(본보 2월2일자 보도)도 그 증좌이다.
폭설이 계속되면 야생동물은 먹이를 찾아 인가에 내려왔다가 수난을 당한다. 이를 방지하느라 곳곳에서 전개하는 것이 먹이주기이다. 짐승들이 지나는 길목에 짚풀, 고구마, 곡식 따위를 뿌려준다. 밀렵기구를 설치하여 포획하는 불법행위에 비하면 얼마나 건전한가. 조그마한 터만 있어도 골프장 설치를 떠올리는 생각에 비하면 흐뭇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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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04 18: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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