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비상계엄과 헌정질서(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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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4.12.6)
비상계엄과 헌정질서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습니다."
상기 두 담화문 중 전자는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비상계엄 선포문 내용 중 일부다. 후자는 4일 새벽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에 발표한 윤 대통령의 계엄 해제 담화문 중 일부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한밤중 비상계엄 선포에 이은 해제였다.
우리 헌법은 제77조에서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라고 명문화했다.
이어 계엄법 제2조에서는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라고 규정했다.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가, 아니면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인가? 국회는 계엄이 선포되자 즉각 의원 190명이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헌법상 계엄 해제 요구 여건을 갖춰 계엄 해제를 요구, 관철시켰다.
외신들도 놀라워하면서 대한민국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타전했다. 주요 외신은 계엄령 선포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자국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하며 향후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이번 비상계엄 발동은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의 지속적인 탄핵 공격을 막기 위한 극단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권층의 신중하지 못한 상황 오판과 대통령의 본분을 망각한 경솔한 행동이 저지른 국격을 실추시킨 대망신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명분은 국익이어야 한다. 혁명과 쿠데타도 아닌 어이없는 한밤의 해프닝이었다. 흔히 성공하면 혁명이요, 실패하면 반역이라고들 한다. 혁명(革命·Revolution)은 피지배 계급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비합법적 방법으로 정치권력을 지배계급으로부터 빼앗으려는 권력 교체의 양식이다.
쿠데타(coup d’Etat)는 이미 장악한 권력을 보다 더 강화시키기 위해 또는 새로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동일한 지배 세력 내의 다른 부분을 향해 비합법적·무력적 수단으로써 기습을 감행하는 것을 말한다.
한밤중 잠시 선포됐다가 해제된 비상계엄의 성격을 놓고 갑론을박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국가 원수로서의 통치행위 일환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집권 세력이 정적 제거를 위한 또 다른 의미의 쿠데타로 볼 것인가? 법적으로 내란죄 성립 여부를 가려 탄핵 사유가 될 것인가 등이다. 계엄군 국회 진입으로 내란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가 국가의 통치 행위 일환이라 하더라도 시급성이 없는 한 정상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절차적 정당성에도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은 4일 윤 대통령에게 헌법 및 법률 위반 책임을 묻기 위해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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