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상술일(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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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이천신문(09. 1.29)
상술일
도오쿄 시내 서쪽 시부야 역전에 하찌라고 하는 개의 동상이 서 있다. 유명인사도 아니요 하찮은 짐승의 동상이 번화가에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찌는 이를 테면 의견이다. 우에노라고 하는 대학 교수가 자식처럼 사랑하면서 키우던 개였다. 하찌도 주인을 무척이나 따랐다. 우에노 교수가 아침마다 출근할 때면 꼭 역까지 따라나섰고, 저녁에 우에노 교수가 귀가할 무렵에 맞춰 역에 마중을 나갔었다.
그러던 중 우에노 교수가 죽었다. 주인의 죽음을 알리 없는 하찌는 매일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마중 나갔었다. 하염없이 기다리느라 밤이 깊기도 했다. 궂은 날에도 빠지지않고 나가 기다렸다. 여러 해가 흘렀다. 점점 나이를 먹은 하찌도 마침내 주인을 기다리던 역전 광장에서 죽었다. 아무리 짐승이지만 어쩌면 그렇게 기특할 수 있느냐고 사람들 칭찬이 자자했다. 하찌를 잘 아는 사람들이 동상을 세워주었다. 하찌는 동상이 되어 지금도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전에는 하찌의 이야기가 영화화하여 감동을 주었거니와, 도오꾜의 풍경을 소개하는 그림엽서에도 실리고 있다.
이런 의리 있는 견공의 이야기는 우리나라를 비롯 각 나라마다 있다. 불속에 잠든 주인을 구하고 대신 죽은 전라도 오수의 의견이며, 부모를 여인 눈먼 어린 아이를 맹도견이 되어 먹여 살린 개성 진고개의 황구이다. 중국의 송태조 사후 그를 못잊어 하던 도화견 이야기도 있고, 프랑스 혁명때 마리 앙도아네트 왕비가 투옥되자 애견 다스비는 단식 끝에 세느강에 투신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개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 속담이나 숙어를 보아도 그 같은 예가 많다. 행실이 온당치 못한 표현으로 흔히 ‘개’가 인용된다. ‘개망신’ ‘개판’ ‘개고기’ 등이다. 그러나 상술일(上戌日)이라고 해서 정초 개날이면 개를 의식해 조심하는 풍습도 있었다. 즉, 이날 일을 하면 개가 텃밭을 해친다고 해서 일손을 놓았다. 그리고 개의 먹이는 반드시 볶아서 주었다. 광견병 예방법이었다. 제주도에서는 이날 메주를 쑤는데 좋은날이라고 여겼다.
오늘이 음력으로 정월 초나흘 갑술(甲戌)일이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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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1-28 20: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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