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지용택(56회) 칼럼 / 오바마와 새로운 미국(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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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1.15)
지용택 칼럼
오바마와 새로운 미국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을 더욱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기대 역시 함께 품어본다.
1620년11월 영국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정치적 자유를 찾아 네덜란드로 도피했던 103명의 청교도 이민자들은 메이플라워호에 승선했다. 폭풍우를 만나 한달간이나 바다위를 표류하다가 이들이 간신히 당도한 곳이 플리머스(오늘날의 보스턴 근처)였다. 이곳은 선점한 영국의 식민지총독도, 관리도 없는 곳이었다. 청교도 이민자들은 자주적 식민정부를 수립하고, 다수결에 따라 운영하며 공정하고 평등한 법률을 제정하여 이에 복종할 것을 서약했다.
그들이 맺었던 서약은 오늘날까지도 미국의 건국정신으로 기념되고 있다. 다만 함께 기억해야 하는 것은 비록 미국사에서는 이들을 건국의 선구자들로 기록하고, 강인한 개척정신과 우수한 재능을 높이 칭송하지만 인디언들이 옥수수와 담배 재배방법, 고기잡는 방법 및 생활의 슬기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생존조차 불가능했다는 사실이다.
독립 이후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쳐 수많은 이주민들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이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가장 어렵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중 다수는 아일랜드,남부·동부 유럽에서 온 가톨릭교도와 유대인들이었다. 이들중 80%가 동유럽 출신이었는데 일부는 초기 식민지사회의 기득권자들과 함께 새로운 주류로 성장했는데 이때가 대략 1880년경이다.
미국독립을 기념하는 선물로 뉴욕 리버티섬에 '자유의 여신상'이 세워진 것도 1886년,이 무렵의 일이었다.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의 독립정신에 자극받아 군주제를 타도하고 혁명을 일으킨 프랑스인들의 선물이었다. 여신상이 세워진 기단에는 유대계 여성시인 엠마 라자러스(Emma Lazarus, 1849~1887)의 '새로운 거인(The New Colossus)'이란 시가 새겨져 있다. "…나에게 다오, 지치고 가난한 사람들을, 자유롭게 숨쉬기를 갈망하는 무리들을, 부둣가에 몰려든 가엾은 피난민들을. 거처도 없이 폭풍에 시달린 이들을 나에게 보내다오…"란 구절은 압정으로부터 피난 온 사람들을 환영하는 '자유와 해방의 국가'로서 미국의 국시를 드높이 칭송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선착 이민자들은 자신들이 차지한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해 후발주자들에게 가혹하리만큼 냉정했다. 주로 신교도 앵글로색슨계 상류층 백인들이었던 이들을 와스프라고 한다.
와스프들은 신진세력들 가운데 특히 유대계와 비개신교계 백인종들을 심하게 차별했다. 유대계라는 이유만으로 뉴욕의 저명한 은행가가 호텔에서 쫓겨나거나 와스프 전용 휴양지에는 '유대인과 개는 사절'이라는 간판이 내걸리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클럽문화를 발전시키고 자식들을 위한 특별교육을 위해 교외에 별도의 사립학교를 세웠다.이같은 흐름은 비록 형태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미국사회의 전통으로 엄존해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미국의 본모습은 아니다. 역사는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고비마다 특별한 자정능력을 발휘했던 나라가 미국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미국국민의 마음에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새겨진 순위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1위 링컨에 이어 2위가 루스벨트 그리고 건국의 영웅 워싱턴과 제퍼슨이 3, 4위에 오른다. 이것은 건국의 대의보다 링컨의 노예해방, 루스벨트의 빈곤극복을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징표이다. 미국의 건국이 이민자들의 피와 땀에 의한 것이듯 미국 사회는 결정적인 고비를 맞을 때마다 비와스프 집단을 주류사회에 편입시켜 왔다.
링컨은 노예해방을 통해 비와스프 집단 가운데 가장 심각하게 소외되어온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기본인권을 부여했고, 루스벨트는 대공황극복과정에서 경제적 소외 상태에 있었던 사회적 최하층 비와스프 집단을 다시 한 번 중산층으로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일랜드계 가톨릭교도 출신인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결정적인 고비마다 미국의 선택은 다원화된 사회를 긍정하고, 타자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사회가 좀더 높은 생산성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사회가 처한 위기의 결과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스스로의 모순을 해결하는 능력을 지닌 강대국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원화 사회의 상징인 오바마의 성공을 기원해본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종이신문 : 20090115일자 1판 14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9-01-14 오후 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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