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 / '골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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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1. 7)
'골든벨'
조우성의 미추홀
우리 방송 사상 가장 인상 깊었던 퀴즈 프로라면 아무래도 동아방송의'스무고개'를 들어야 할 것 같다. 자칭 '국보'였던 양주동 선생 등 '단골손님 박사'가 출연해 단계별로 주어지는 힌트를 추리하는 데 묘미가 있었다.
학생 퀴즈 프로로 명성을 날렸던 것은 왕년의 MBC '장학퀴즈'였다. 지적 순발력과 유창한 언변을 구사해 아나운서 차인태 씨를 명사회자로 부각시켰는데 문제를 못 맞추면 그 자리에서 가차없이 탈락시킨 엄정성이 돋보였다. 인기 절정이었던 이 프로가 무슨 이유로 시들해졌는지는 몰라도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어렵사리 결선에 나가봤자 '납부금' 밖에 더 주는 것이 없다는 식의 천박한 황금만능주의적 가치관에 내몰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반면에 올해로 100회를 맞는다는 KBS의 '골든벨'은 문자 그대로 '황금종(黃金鐘)'이다. 종을 울리면 당사자와 해당 학교엔 황금빛 세례가 쏟아진다. 그러나 물량 공세보다 더 큰 문제는 프로 진행의 진솔성인 것 같다.
수준(水準) 차가 분명이 있을 각지의 고교생들이 매주 동일한 시간에 문제를 푼다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패자 부활전과 유사한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알고 보니 프로의 구성을 위해 학생들에게 답을 슬쩍 알려주고 있었다.
'복마전'이 정답인 문제를 제시하고는 '복마전(伏魔殿)'이라고 쓴 한자 팻말을, '마티스'가 정답인 경우에는'마티스의 윤무(輪舞)' 그림판을 보여주는 식이었다. 그러나 KBS는 그 같은 장면을 화면에는 내보내지 않았다. 시청자 반응이 두려웠기 때문이리라. 골든벨 100회를 맞는다는 보도에 우리 방송을 다시금 생각해봤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 : 20090107일자 1판 11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9-01-06 오후 7: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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