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환상에 빠진 행복---(??)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08.12.26 13:03
조회수 : 1,248
본문
지난 시절 나는 한 동안
산에서 산 적이 있다.
모르는 사람끼리 같이 살다
서로 정들만 하면
헤어지는 이별이 다반사였지만
서로 따뜻이 등을 나누던 암자였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가 산에 들어온 첫날도
한얀 눈이 시루떡처럼 온 산에
켜켜이 쌓인 날이었다.
처음 마주친 그의 눈은
승냥이처럼 번득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큰 키, 훤칠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인간적인 호감을 느낄 수는 없었다.
암자에 짐을 푼 첫날.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하루의 일과표를
5분 단위로 빽빽이 그려서
붙여 놓은 일이었다.
그는 건실했지만 차가웠다.
매사에 신중했지만
벼린 칼날 같은 이성으로
사람들을 단죄했다.
그런 그와 몇 년 세월을 보내는 동안
어쨋거나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그의 끝없는 질책과 훈계 속에서
자기 과오에 대한
슬픈 참회의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몇 년 뒤
서울로 다시 입성한 그는
예의 그 치밀하고 성실한 태도로
성공적인
정치적 행보를 이어 갔다.
그에게서
몇 년 만에 연락이 왔다.
그동안 전장에서 전투를 치르듯
수 많은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하면서
결국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사랑하는 가족도 친구도
모두 잃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눈이 소복히 쌓인
광화문 근처에 있는 국밥집을 나서며
그는 마치 혼잣말인 듯
망망히 중얼거렸다.
"선배,내가 그토록
주변 사람들에게 무정하게 한 것은
내 목표를 다 이루고 나서
아내와 아이,
그리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였어요."
나는 말 없이
그의 등을 두드리고 돌아섰다.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더 작고 왜소해진
그의 등이 아프게 멀어져 갔다.
그랬구나,
그러나 너의 목표를 다 이룬 그때
행복하겠다는 것은 환상이다.
행복을 미루고 고통을 선택한
너의 어이없는 착오는
단지 생의 무지에서 빚어졌을 뿐이다.
미래의 목표를 위해
손마디에 피멍 드는 바로 이 순간순간이
모두 행복해야 한다.
그렇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픔과 이별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숨을 들이쉬고 내 쉬는 일처럼
고통을 들이켰다면
행복을 내쉬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 너무나 오래
행복에 낯설었지.
그동안 얼마나 아팠니.
지금 비록 아무것도 남지 않은
너의 그 폐허 위에서라도
낯선 이 행복을 힘껏 품어 안아라.
너 자신부터 진심으로 사랑하고 용서해라.
그리고 평화롭고 행복해라.
==좋은 생각 중에서==
산에서 산 적이 있다.
모르는 사람끼리 같이 살다
서로 정들만 하면
헤어지는 이별이 다반사였지만
서로 따뜻이 등을 나누던 암자였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가 산에 들어온 첫날도
한얀 눈이 시루떡처럼 온 산에
켜켜이 쌓인 날이었다.
처음 마주친 그의 눈은
승냥이처럼 번득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큰 키, 훤칠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인간적인 호감을 느낄 수는 없었다.
암자에 짐을 푼 첫날.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하루의 일과표를
5분 단위로 빽빽이 그려서
붙여 놓은 일이었다.
그는 건실했지만 차가웠다.
매사에 신중했지만
벼린 칼날 같은 이성으로
사람들을 단죄했다.
그런 그와 몇 년 세월을 보내는 동안
어쨋거나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그의 끝없는 질책과 훈계 속에서
자기 과오에 대한
슬픈 참회의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몇 년 뒤
서울로 다시 입성한 그는
예의 그 치밀하고 성실한 태도로
성공적인
정치적 행보를 이어 갔다.
그에게서
몇 년 만에 연락이 왔다.
그동안 전장에서 전투를 치르듯
수 많은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하면서
결국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사랑하는 가족도 친구도
모두 잃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눈이 소복히 쌓인
광화문 근처에 있는 국밥집을 나서며
그는 마치 혼잣말인 듯
망망히 중얼거렸다.
"선배,내가 그토록
주변 사람들에게 무정하게 한 것은
내 목표를 다 이루고 나서
아내와 아이,
그리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였어요."
나는 말 없이
그의 등을 두드리고 돌아섰다.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더 작고 왜소해진
그의 등이 아프게 멀어져 갔다.
그랬구나,
그러나 너의 목표를 다 이룬 그때
행복하겠다는 것은 환상이다.
행복을 미루고 고통을 선택한
너의 어이없는 착오는
단지 생의 무지에서 빚어졌을 뿐이다.
미래의 목표를 위해
손마디에 피멍 드는 바로 이 순간순간이
모두 행복해야 한다.
그렇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픔과 이별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숨을 들이쉬고 내 쉬는 일처럼
고통을 들이켰다면
행복을 내쉬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 너무나 오래
행복에 낯설었지.
그동안 얼마나 아팠니.
지금 비록 아무것도 남지 않은
너의 그 폐허 위에서라도
낯선 이 행복을 힘껏 품어 안아라.
너 자신부터 진심으로 사랑하고 용서해라.
그리고 평화롭고 행복해라.
==좋은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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