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지상에서의 마지막 베풂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08.10.12 10:39
조회수 : 1,271
본문
하늘이 내린 꽃 밥이 아닌가!!
어스름 저녁 동네
아이들괴 뛰어놀다
"철수야! 밥 먹어라.
정숙아 밥 먹자"
부르는 소리에
친구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아무도 부르지 않는
빈 집으로
뱃 속이 텅텅 비어 돌아가다
우연히 보게 되었다.
창호지 위에 흰 쌀밥과
떡, 생선 ,고무신, 동전이
담벼락 밑에 놓여 있는 것을---.
순간 눈이 휘둥그래졌다.
"저 귀한 것이 어디서
뚝 떨어졌단 말인가?
팔이 아플 때까지 실컷
쌃밥을 먹어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어젯밤 나의 기도를
하늘이 들어 준 것일까?
아니면
네 이웃의 것을 훔치지 말라는
신의 계명을 지키는지
누군가 나를 시험하려는 것인가?"
나는 밥을 볼 때마다
심장이 뛴다.
시장 바닥에서 밥이나 떡을
훔쳐 먹어 본 아이는
밥 앞에 서면 말도 행동도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떨리는 심장을 안고 살금살금 다가가
쌀 밥을 집어 들고 뛰었다.
담 모퉁이에 쭈구려 앉아
맨손으로
허겁지겁 쌀 밥을 먹어 치웠다.
배가 부르자
아까는 보이지 않던 동전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다가가
동전 몇 닢을 들고 뛰었다.
그 다음엔 고무신을 들고 뛰고----.
공장에서
잔업을 마치시고 늦게야 돌아오신
어머니가 차려 준 저녁을
먹을 수가 없었다.
냄새 풀풀 나는,
질 나쁜 밀가루로 만든 개떡을
난생 처음 뿌리쳐 보았다.
루핑 지붕이
바람의 손에 뜯기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는데
자꾸 담벼락 밑의
그 진수성찬이 어른거리는 것이었다.
"누굴까?
어느 마음 착한 사람의 소행인가?"
나는 그 날 "베풂"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처음 알았다.
자신도 가난하면서
남에게 베푸는 사람은
성자일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날 이 후
베풂의 손길이 몇 번 더 닿았고
주린 목구멍으로
다급히 밀어 넣은 밥은
감사의 눈물이 되어
언젠간 나도 누군가의
밥이 되리라는 의지가 되어
두 뺨을 적시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고
성인이 되서야 알았다.
내가 먹은 밥이
"사잣 밥"이라는 것을---.
사잣밥이란
죽은 사람의 넋을 데리고 갈
저승사자에게 대접하는 밥으로
음식을 채반에 담아
마을 어귀나
대문 밖에 놓았다가
발인할 때 치운다.
하지만 발인할 때
치울 음식이 남아 있겠는가?
굶주린 개와 고양이 까치 등등
걸인들이나 가난한 집안의 자식들이
저승 사자의 밥을 낚아채
이미 제 배를 든든히 불렸으니---.
이도 일종의 도둑질이겠지만
망자들은
저승사자가 먹었다고 생각하며
심적 위안을 받을 것이니
산자가 먹어 주는 것이
죽은 자의 넋을
천상으로 잘 인도하는
길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좋은 생각 중에서==
어스름 저녁 동네
아이들괴 뛰어놀다
"철수야! 밥 먹어라.
정숙아 밥 먹자"
부르는 소리에
친구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아무도 부르지 않는
빈 집으로
뱃 속이 텅텅 비어 돌아가다
우연히 보게 되었다.
창호지 위에 흰 쌀밥과
떡, 생선 ,고무신, 동전이
담벼락 밑에 놓여 있는 것을---.
순간 눈이 휘둥그래졌다.
"저 귀한 것이 어디서
뚝 떨어졌단 말인가?
팔이 아플 때까지 실컷
쌃밥을 먹어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어젯밤 나의 기도를
하늘이 들어 준 것일까?
아니면
네 이웃의 것을 훔치지 말라는
신의 계명을 지키는지
누군가 나를 시험하려는 것인가?"
나는 밥을 볼 때마다
심장이 뛴다.
시장 바닥에서 밥이나 떡을
훔쳐 먹어 본 아이는
밥 앞에 서면 말도 행동도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떨리는 심장을 안고 살금살금 다가가
쌀 밥을 집어 들고 뛰었다.
담 모퉁이에 쭈구려 앉아
맨손으로
허겁지겁 쌀 밥을 먹어 치웠다.
배가 부르자
아까는 보이지 않던 동전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다가가
동전 몇 닢을 들고 뛰었다.
그 다음엔 고무신을 들고 뛰고----.
공장에서
잔업을 마치시고 늦게야 돌아오신
어머니가 차려 준 저녁을
먹을 수가 없었다.
냄새 풀풀 나는,
질 나쁜 밀가루로 만든 개떡을
난생 처음 뿌리쳐 보았다.
루핑 지붕이
바람의 손에 뜯기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는데
자꾸 담벼락 밑의
그 진수성찬이 어른거리는 것이었다.
"누굴까?
어느 마음 착한 사람의 소행인가?"
나는 그 날 "베풂"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처음 알았다.
자신도 가난하면서
남에게 베푸는 사람은
성자일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날 이 후
베풂의 손길이 몇 번 더 닿았고
주린 목구멍으로
다급히 밀어 넣은 밥은
감사의 눈물이 되어
언젠간 나도 누군가의
밥이 되리라는 의지가 되어
두 뺨을 적시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고
성인이 되서야 알았다.
내가 먹은 밥이
"사잣 밥"이라는 것을---.
사잣밥이란
죽은 사람의 넋을 데리고 갈
저승사자에게 대접하는 밥으로
음식을 채반에 담아
마을 어귀나
대문 밖에 놓았다가
발인할 때 치운다.
하지만 발인할 때
치울 음식이 남아 있겠는가?
굶주린 개와 고양이 까치 등등
걸인들이나 가난한 집안의 자식들이
저승 사자의 밥을 낚아채
이미 제 배를 든든히 불렸으니---.
이도 일종의 도둑질이겠지만
망자들은
저승사자가 먹었다고 생각하며
심적 위안을 받을 것이니
산자가 먹어 주는 것이
죽은 자의 넋을
천상으로 잘 인도하는
길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좋은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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