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인천남부초교 이작분교/배상만(65회)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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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8.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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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남부초교 이작분교
/배상만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
임진왜란 이후 해적들이 살았다고 하여 '이적도(伊賊島)'로 불렸다가 '이작'으로 변화되었다고 전해지는 섬. 면적이 큰 섬을 대이작도, 서쪽에 있는 작은 섬을 소이작도라고 부르는데 섬의 모양은 전체적으로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여기에 있는 관공서는 인천남부초등학교 이작분교와 파출소가 전부이다.
그 흔한 약국 하나 병원 하나 없고 인터넷도 겨우 지난해 봄에야 개통됐다. 학원이다 과외다 강남의 아파트값이 오를 때마다 그런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열악한 환경 대이작도 인천남부초교 이작분교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녔지만 문명과는 동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섬 어른이 돼 버린 이작분교 선생님들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페스탈로치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작분교 선생님들이 지혜를 모은 것은 바로 '도시 아이들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분교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이었으리라. 이작분교를 방문해 확인한 점은 바로 학력향상에 대한 열정이었다.
선생님들의 고민거리는 인천 남부교육청이 중점 전개중인 학력향상을 위해 필요한 지도시간의 충분한 확보문제였다고 한다. 그래서 방과후 남은 시간을 선생님들과 함께 나머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흔한 학원은 커녕 과외 한번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학교의 시작도 끝도 없는 함께 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 결과 2007학년도의 경우에 2008학년도 중학교 신입생 배치고사에서 이작분교 졸업생이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2008년 국가 수준 초등학교 교과학습 진단평가에서 교과별 미도달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도시에서도 이루기 힘든 성과를 이작분교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한 끝에 거둬낸 것이다.
섬 지역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외국어 능력을 키우는 문제이다. 영어교육은 원어민을 직접 만나야 되고 함께 문화를 향유해야 하는 특성이 있는데 다행히 지난해부터 필자가 속한 인천 남부교육청과 옹진군청의 도움으로 원어민교사가 주 2회 파견돼 6시간씩 영어회화 지도를 해 주고 있다.
이작분교 선생님들은 기반시설을 갖추기 위해 기존 자료실 공간을 다목적 어학실로 리모델링하고 각종 영어교육 교재 및 기자재를 갖추는데 힘을 쏟았다고 한다. 매일 아침 자습시간과 점심시간 초등학생들을 위한 영어회화 테이프를 교내방송으로 틀어줘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지도록 배려했다. 인천시교육청 지정 EBS 영어 시범학교인 본교의 교육방향에 발맞춰 영어교육 전용 위성방송을 설치하고 수시로 시청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일상대화와 일기를 통해 영어단어와 회화를 익숙하게 구사하도록 유도했다.
이작분교 블로그(http://blog.paran.com/ijakboongyo)를 보면 교육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작분교 아이들은 도시 아이들과 다소 고립돼 생활하는 게 현실이기에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고자 블로그를 개설했는데 블로그 개설 4년째 되면서 교사·학부모·학생들의 의사소통 공간으로서 훌륭한 매개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이작분교 아이들을 위해 많은 어른들이 무상으로 책이나 물품 지원, 무료 초청행사 등을 해 주고 있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일회성 지원이 아닌 수년 동안 어린이날, 여름방학, 성탄절 같은 때 꼬박꼬박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대 주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되새기는 등 자극을 받고 있단다.
지금도 주말·휴일이면 수많은 관광객이 이작도를 찾고, 바닷가에 위치한 예쁜 학교인 이작분교를 방문한다. 많은 이들이 처음엔 잘 갖춰진 학교시설에 놀라지만, 도시아이들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아이들을 만나면서 또 한 번 깜짝 놀란다. 이작분교 졸업생 가운데 우리나라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할 일꾼이 나오길 고대해 본다.
종이신문 : 20080924일자 1판 10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09-23 오후 8: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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