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한동식(83회)[데스크칼럼]/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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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8.10.15)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한동식 편집국 부국장
▲ 한동식 편집국 부국장
뽐낼 정도는 아니라서 ‘18번’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기분이 울적할 때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이다. 조용필이 지난 2005년 평양에서 진행한 단독공연 때 큰 호응을 얻었던 곡인 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 애창곡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됐던 노래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가진 평화의 집 만찬에서도 삼지연관현악단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불려지기도 했다.
이뤄지지 않은 사랑의 아픔을 담은 노래의 가사는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상황을 반영하며 비핵화와 평화협정 추진 등 전 세계적인 이슈의 중심이 된 남북의 긴장을 녹여낸 곡으로도 평가받는 것 같다.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심장을 녹일 듯한 애잔한 멜로디도 그렇지만 가사 때문이다. 전체 가사 중 특히 노래 후반부에 나오는 ‘왜 한숨이 나는 걸까/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대목이 그렇다. 노래를 흥얼거리다가도 이 대목에 오면 울컥한다.
사랑의 아픔을 겪는 것도 아닌데 왠지 감정이 이입된다. 아마 살면서 느끼는 많은 아픔이 겹쳐져서 일게다. 세상의 한몫을 차지하는 이로서 갖게 되는 서글픔일 수도 있다. 짊어져야 하는 무게 때문일 수도 있고, 감당해야 하는 책임 때문일 수도 있다.
세상을 살면서 무게와 책임이 어디 가볍겠는가. 가장으로서의 무게와 직장에서의 무게 그리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이 그렇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는 이들은 부지기수다. 그 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의 눈물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인 것 같다.
소상공인으로 분류되는 자영업자의 탄생은 크게 두 부류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잘난 부모 덕에 걱정 없이 영업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못 배우고 가진 것 없어 자영업에 뛰어들거나 직장에서 쫓겨나 마땅한 일자리를 잡을 수 없는 이들이 자영업자로 자리를 옮긴다. 후자들이 대부분 영세자영업자로 자리매김한다.
말이 개인사업자이고 자영업자지 이들의 삶은 봉급쟁이보다 못한 게 태반이다. 많은 이들이 직장에서 밀려나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면서부터 빚더미에 오른다.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빚을 내 점포 하나를 차려봐야 어차피 인건비 따먹기다. 늘어나는 이자에 임대료와 수수료를 지출하면 손에 쥐는 돈은 몇 푼 안 된다.
이들의 눈물에는 최저임금도 한몫한다. 최저생계비는 올해 7천530원으로 지난해 대비 16.38%가 인상됐다. 내년에는 10.89%가 오른 8천350원이 적용될 예정이다. 어찌 보면 최근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은 오히려 정상궤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장은 그럴 여력이 없다.
오랜 경기침체로 벌어들이는 돈은 점점 줄어드는데 들어갈 돈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세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에 맞춰 인건비를 주고 나면 자기 인건비도 가져가지 못하는 달이 부지기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얼마 전 자영업자·소상인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들의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전체 응답자의 74.7%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려 53.1%가 직원 축소를 제시했다. 우려했던 일이기도 하다.
단기 시간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상황이다. 특히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용돈벌이를 하는 학생들과 청소·경비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고령자들은 당장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최저임금이 내년에 추가로 인상되면 아예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소상공인도 11.5%나 됐다. 직장에서 밀려나 제2의 인생으로 출발한 영세자영업자들은 또다시 생업 현장에서 밀려나게 생겼다. 그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 정부가 답을 줘야 할 상황이다.
정답은 간단하다. 경기부양이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다. 이들의 몰락은 극심한 사회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을 살리는 것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는 암울한 세상이 아니라 진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2018년 10월 15일 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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