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북한의 비핵화에 무엇을 줄 것인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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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8. 4.11)
북한의 비핵화에 무엇을 줄 것인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시진핑과 일본의 아베가 각기 묘수(?)를 찾기 시작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북 제재의 김을 적당히 빼면서 북한의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한편 우군을 확보하려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북일 정상회담 등을 제안하면서 ‘저팬 패싱’에 대처하려 하고 있다. 묘수가 될지 꼼수가 될지 모르겠으나 저마다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변화에서 한몫하려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예전의 강성 모드에서 180도 달라져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된 이유를 대략 4가지 정도로 꼽고 있다. 첫째는 유엔의 제재 등으로 자칫 경제적 파국이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둘째는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자신감, 셋째는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코피 전략)에 대한 우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의 적절한 중재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중국이 취하는 대북 제재 완화 조짐이 있겠고, 미국의 대 중국 무역 압박이 대화 국면에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는 염려와 일본의 서툰 어쩌면 다급한 나머지 사방으로 쏟아내는 대화 제의가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어떻게 훼손시킬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물꼬를 텄고, 비핵화의 과정에서 돌출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데 주변 국가들의 이런 모습은 심히 우려된다. 즉 중국이 제재 완화라는 수순을 밟을 경우 북한은 중국을 믿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태도를 취할지 모른다. 일본의 서툰 수가 김정은으로 하여금 다른 방법을 구상하게 할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과 안보 문제 연계는 자칫 ‘신냉전 시대의 도래’라는 끔찍한 측면을 가져올 수도 있다. 미·중 양자의 갈등과 대립이라는 틀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이 지정학적 구도로 재편된다면 구한말과 20세기의 체제를 겪으면서 희생물이 됐던 우리로서는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되고 만다.
이제 ‘평화를 위한 점진적·동시적 조치’를 제안한 김정은, 쌍중단(雙中斷 :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미 간 평화협정 병행 협상) 및 우리 정부가 언급한 핵 동결·폐기의 단계적 해법 등이 얽히고설켜 소위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이란식 해법과 마찬가지의 위험한 진행이 예상되는데 이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세 가지 원칙을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완전하고 포괄적인 CVID 방식의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과 중국이 내세우는 단계적, 행동 대 행동 원칙에 휘둘려 지난 20여 년간 반복된 합의와 배신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로 비핵화의 시한과 일정에 대한 준수로 신고→검증→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일정을 엄격히 설정하고 북한이 이 과정을 지키지 않으면 더욱 강한 제재가 자동 복원되는 스냅백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셋째는 미국 및 국제사회가 긴밀한 협력으로 대북 압박 전선을 유지하는 데 조금도 소홀함이 없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원칙은 중요하다. 아니 유지돼야 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대화의 상대에 대해 이쪽의 요구만 일방적으로 늘어놓는다고 해결이 될까? 북한에게 무엇을 줘야 저들이 이런 협상 요구에 응할지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주장이 ‘미국과 북한이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의 역할은 외교적 창의력을 동원해 리비아식도 이란식도 아닌 한반도식 비핵화 방안을 찾아내는데 있다’는 하나마나한 얘기일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담론은 이미 차고 넘치지만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는 정부나 방안이 없다. 환상에 젖어서도 안 되고 비관적으로 볼 일도 아닐 것이다. 무엇을 줄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2018년 04월 11일 수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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