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시진핑과 아베여, ‘메멘토 모리’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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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8. 3.29)
시진핑과 아베여, ‘메멘토 모리’다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동북아가 격동기에 들어섰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무르익어 한반도 안정화의 틀이 만들어지기 직전이고, 중국에서는 절대 권력을 거머쥔 시진핑 시대의 제2막이 올라가고 있다.
일본의 아베는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런 모습이 어떤 결말을 낳을지는 불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처럼 아직도 살얼음 위를 걷는 조심스러운 행보이지만 분명 청신호임에는 틀림없겠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이번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되지 못한 중국과 일본. 그들이 다국 간의 틀이 만들어지면 어떻게든 한풀이(?)하려고 덤빌 터. 시진핑 주석은 강력한 1인 체제의 힘을 과시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고, 아베 총리는 추락하고 있는 지지도를 만회하려고 묘수 찾기에 나설 것이 자명하다. 문제는 힘의 과시나 묘수 찾기 모두 우리에게는 그리 달가울 것이 못 된다는 점이다.
우선 시 주석의 경우 절대 권력 구축 과정에서 새롭게 떠오른 측근 6인방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암흑기인 문화대혁명 당시 마오쩌둥 우상화를 주도했던 4인방에 빗대 중국이 과거의 잘못을 재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베의 경우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총리 부부와 친밀한 관계였던 인물이 경영하는 학교 법인에 특혜를 준 데다 재무성은 문서 조작까지 해서 정권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행정의 공평성과 법 아래 평등이라는 국가의 골격이 흔들린다는 지적이고 국민의 분노가 치솟는다는 보도다.
흔히 국내의 위기나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기면 국외에서 이를 만회하려는 정책이 있기 마련이다. 독재건 민주체제건 크게 다를 바 없다. 시 주석은 한반도 안정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언제 태도가 돌변할지, 아니면 겉으로 이런 수사를 내놓고 속으로 딴 생각, 이를테면 북한에 대해 뒷거래를 한다거나 트럼프와 모종의 협상을 통해 자기들 입맛대로 끌고 가려고 할 것이다.
아베 총리는 평창올림픽에 와서 한미 군사훈련 운운하며 미국을 대신해 압력을 가하려다 머쓱해진 터에 북미 대화가 발표되자 서둘러 그 이전에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했다. 큰 형들 놀이에 끼려고 하는 어린아이 같다(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교수의 표현)는 풍자가 나온다. 소위 사학 스캔들로 왕창 구겨버린 체통을 만회해 보려는 발버둥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태도는 측근들이나 관료사회에 ‘알아서 기는’ 풍조를 자극할 것이고 그 여파가 오히려 한반도 안정화를 방해하거나 되레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걸 빼놓을 수 없다.
‘그레이트 게임’이란 제국시대 유라시아 대륙의 패권을 놓고 벌인 영국과 러시아의 대결을 일컫는다. 19세기 러시아가 남진해 아제르바이잔을 병합하자 영국은 인도까지 내려올 것이라며 러시아 위협론을 제기했다. 그리고 아프간을 선공했다. 러시아가 아프간을 차지하면 인도 침공의 전진기지가 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이후 대결은 크림반도로 이어지고 마침내 동아시아로 넘어왔다. 청과 조선으로 남하하려는 러시아에 맞서 영국은 일본과 동맹을 맺었고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기면서 대결이 끝났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가는 첫 번째 단추가 러일전쟁이 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지정학의 포로들/정의길).
오늘의 국제정치는 G2의 대결, 미국과 중국의 신그레이트 게임이랄 수 있다. 땅과 바다 어디든 중국의 세력을 확장시키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 정책과 미국의 서태평양 정책이 바야흐로 충돌하고 있다. 물론 영·러의 경우보다는 신사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오십보백보일뿐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촛불혁명을 성공시켰고 문재인 정권을 낳아 이것이 다시 한반도 긴장 완화에 연결됐다. 북한과 대화의 창을 연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에 많은 국가가 경의를 표하고 있다. 국민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런 판에 이웃한 중국과 일본이 각각 자국 국민들에게 별로 인기 없는 정치체제를 보인다는 걸 걱정하는 일이 기우에 불과할까.
역사에는 인물과 이벤트만 있고 다음 사람으로 이어지는 이념과 성취가 쉽지 않다. 시진핑과 아베가 이 점을 생각했으면 싶다. "memento mori(메멘토 모리: 네가 반드시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
2018년 03월 29일 목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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