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종광(60회)[제언]/'노사화합'은 지역경제 위기극복의 열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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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8. 5.25)
[제언] '노사화합'은 지역경제 위기극복의 열쇠
/이종광 인천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한동안 악화일로를 걸었던 한국GM 노사가 최근 임단협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정부와 GM본사가 한국지엠 정상화에 총 7.7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한국지엠 사태는 이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듯 보인다. 한국지엠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인원은 하청업체를 포함 5만2000여명에 이른다.
인천지역 제조업 전체 취업자 수 35만3000명(2018년 1월 기준)의 약 15% 수준이다.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한국지엠의 비중을 고려할 때 최근 지역경제 상황은 고비를 넘어 일견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천의 경제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 인천본부에 따르면 4월 인천지역 제조업 업황 BSI (기업경기실사지수)는 63으로 전국 제조업 업황 BSI 77보다 14포인트나 낮다고 한다. 작년 3월부터 무려 14개월 연속으로 전국 수치를 밑돌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지역 기업인들의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의미다. 국가산업단지인 부평·남동·주안공단과 지방산업단지인 기계산업단지·서부산업단지 등 제조업 관련 산단을 중심으로 한때 한국경제의 산업화를 주도했던 인천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지역 경제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제조업이 다시 살아야 하는데, 이를 위한 선결조건은 무엇일까?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인 일본의 도요타는 2010년 차량 부품 결함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1천만대 대량 리콜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년 연속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도요타는 2014년 폭스바겐을 제치고 생산대수 1위,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20% 늘어난 2조7505억원을 기록하는 등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로 복귀한다. 도요타 부활의 비결은 바로 '노사화합'이었다. 도요타는 1962년 '노사화합 선언' 이후 55년 동안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며 노사의 신뢰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2004년 도요타 노조는 기본급 동결과 보너스 2만엔(약 20만원) 삭감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노사화합 분위기 속에서 도요타는 미래 먹을거리 사업인 친환경 자동차 기술 개발, 신시장 개척 등에서 타사보다 멀찌감치 앞서나가며 일본 경제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인천의 제조 기업 중에도 상생의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과거의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지역 대표기업으로 부활한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서구에 위치한 SK인천석유화학이다. 1969년 대한민국 세 번째 정유회사로 시작한 SK인천석유화학(설립 당시 명칭은 경인에너지)은 단순 정제시설로만 구성되어 경쟁사 대비 설비경쟁력이 열위인데다 IMF 금융위기 등 경제상황 악화로 인해 2003년 법정관리 아픔을 겪었다.
이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4년 파라자일렌 공장(페트병과 합성섬유 등의 원료인 고부가 화학제품)을 증설하는 과정에서 인근 지역주민과 갈등을 겪는 등 많은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회사의 생존을 위해 노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한 결과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영업이익 3966억원을 달성하였고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신용등급 'AA-(안정적)'로 상향하는 등 지역사회는 물론 SK그룹의 알짜배기 회사로 거듭났다.
여기에는 남다른 노사화합 문화가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지난 2006년 '무분규 선언' 이후 상생의 노사관계를 지속해 온 SK인천석유화학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넘어 지난 2017년 6월 노조 제안으로 구성원들이 자기 임금을 협력사 구성원과 나누는 '임금 공유제'를 지역 최초로 실시하여 지역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2017년에는 구성원 자발적 참여(95%)로 마련한 총 3억원 규모의 기금이 16개사 협력사 직원 286명과 지역의 어려운 이웃(지역아동센터, 경로당 등)에게 전달됐다.
산업이 아무리 고도화하고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지더라도 제조업이 중요한 이유는 독일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인 2010∼2012년에 대부분 선진국이 경기침체에 빠진 것과 달리 독일은 국내총생산 대비 6.5%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와 6.2%의 낮은 실질 실업률을 기록했다. 그 이유는 제조업이 견고한 경제 성장과 고용 안정을 견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렇듯 국가 경제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또한 제조업이 튼튼하게 받쳐야 한다. 그리고 제조업이 살고 그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다양한 지역 노사 현안들이 많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한마음 한뜻으로 기업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다른 기업들도 도요타와 SK인천석유화학의 사례에서 현명한 해답을 찾길 기대해 본다.
2018년 05월 25일 00:05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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