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제 언]/ '지지선언', 그만 보았으면(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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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8. 6. 5)
[제 언] '지지선언', 그만 보았으면
/조우성 인천일보 前 주필
선거 때가 되면 도지는 인천의 고질병 하나가 있다. 자칭 타칭 영향력이 있다고 여기는 지역사회의 몇몇 인사들이 떼창이나 하듯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후보 누구누구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해프닝이 그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갑남을녀, 장삼이사가 대다수인 보통 시민인 유권자들을 적이 당혹스럽게 했던 것이 기억에 새롭다.
지난달 23일에는 연수구의 한 원로가 또 모 청장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 원년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무엇이 그리도 절박했는지는 지금도 잘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름난 문학평론가 C씨, 모 대학 교수 출신 추상화가 K씨 그리고 그의 후배격인 민중화가 L씨 등이 나서서 정치 공세의 스타트를 화려하게 끊었다.
당시 모 기자는 "인천 지역 예술인 165명은 25일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와 이청연 교육감 후보를 비롯한 야권 단일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고 전하면서 특히 "인천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선거 시기에 특정 정치인 등을 지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광복 이후 지역 선거사상 보지 못했던 이변이라서 그리 토를 달았던 모양이다.
지지 선언은 "이번 선거가 한국 사회 미래는 물론 문화예술 분야의 발전과 관련한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야권 단일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는 기세등등한 내용이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상당한 파문을 던졌던 일이었지만, 오늘에 와 되돌아보면 '중대한 분수령'은커녕 이후에도 문화예술계는 제자리에 멈춰 선 형국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정치공세 탓이었는지, 상대 후보인 안상수 인천 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도 뒤를 이었다. 전 인천예총 회장을 역임한 문화예술계의 고참인 여류 무용가 L씨 등이 주동이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참여자가 송영길 후보 지지자보다 무려 열 배나 많은 1400여명이었던 것으로 보도된 바 있었다.
입장 난처(?)해 했던 것은 예총인천지회였다. 양대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고민했던 것이다. 며칠 후 "우리 예총인천지회는 문화예술인 본연의 사명과 목표인 문화예술 창작에 전념함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는 성명을 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뛰어든 정치판 속에서 그나마 중심을 잡았던 건 K회장이었다.
그러구러, 엎치락뒤치락, 선거는 끝났고, 또 4년이 흘러 다시금 선거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학습효과가 있었는지, 아직은 과거처럼 지지 해프닝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이번엔 직접 판 속으로 뛰어들거나 어쭙잖은 주장을 정책에 넣겠다고 야단들이다.
문화예술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그 판을 이용해 제 입지를 강화해 보겠다고 이런저런 잔머리를 쓰는 꼴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홧김에 서방질한다'고는 하지만, 저들은 과거 자신들의 행적을 두루 알고 있는 시민들의 눈이 조금도 두렵지도 않은 모양이다.
어느 후보에게 투표를 하든 그것은 유권자 개개인이 판단할 신성한 국민적 권리이자 의무이다. 선택은 오로지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스스로가 정치적 미약을 들이마시고 그에 취하여 제가 또하나의 '문화예술 권력'인 양 나대는 모습은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한다. 그 같은 해프닝은 바른 시장 선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8년 06월 05일 00:05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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