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우리는 무식한 부부(!!)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08.02.01 04:47
조회수 : 1,123
본문
내 남편은 건설 현장 근로자다.
말로는 다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엄연히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세칭 노가다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를
남편으로 둔 나는
그가 하는 일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고
어쩌다 친정엘 가도 풀이 죽는데
"남들은 내 남편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마음에 가끔 길을 가다가도
신축 중인 건설 현장을 보게 되면
걸음을 멈추고
"내 남편도 저렇게 일하겠지"하는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며칠 전
남편이 좋아하는
우렁이를 사려고 시장엘 갔다.
우렁이를 사고 막 돌아서려는데
인도네시아에서 온듯한 남자 둘이서
토시를 가르키면서
"이거 얼마예요?" 하고
서투른 우리 말로 물어 보는게 아닌가.
아줌마가 천원이라고 답하자
그 두 사람은 자기네 말로 뭐라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게 보였다.
아마 비싸다는 표정인 거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선량한 두 사람을 보고
이국 땅에 와 천대 받으면서 일하는
외국 근로자의 입장을 생각했고
또한 힘들게 일하는 내 남편이
잠깐이나마
그립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은 햇 빛이 따갑게 내리길래
널었던 이불을 걷으러 옥상에 올라 갔다가
무심코 하늘을 보는데
"화인건설"이라고 쓰여진
곤돌라가 눈에 띄었다.
언젠가 남편이 일하는 곳을
알려 준 적이 있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일하고 있는 현장인거 같아
나는 열심히 그 곤돌라 밑으로
남편 옷 색깔을 찾아 보았다.
아!!!
조그맣게 남편이 보였다.
위험한 난간에서
나무 기둥을 붙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망치로 못을 치고 있었다.
탕! 탕! 못 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 순간 나?? 울고 말았다.
왜 내 남편은 이 더운 여름 날
저렇게 땡볕에서 일을 해야만
처 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꼭 저렇게 힘들게 일해야 하나
내려오는 계단에서
이불을 싸안고
그렁거리는 눈물 때문에
넘어질 뻔 했다.
저녁을 먹고 남편에게
"다리 주물러 드릴께
이쪽으로 누우세요" 했더니
눈이 둥그레 졌다.
별일 다 보겠다는 표정이다.
나는 다리를 주무르면서
"당신 오늘 6층에서 일했죠"
"어, 어떻게 알았어?" 했다.
"오늘 이불 걷다가 봤어요"
우리 옥상에서 바라보면
왼쪽 끝에서 일했죠"했더니
"응"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도 자기가 고생하는 걸
내가 본게 못마땅한 것 같았다.
"냉커피 한잔 드릴까요?"했더니
"아, 타주면 잘 먹지"한다.
사실 남편이
저녁 늦게 커피를 부탁하면
거절했었다.
그다지 커피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밤에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때문에
잠을 못자는 편이기 때문이다.
언제인가 밤에 커피를 마신 뒤
새벽까지 뒤척이더니
일 나갔다가 어지럽다고
그냥 집에 온 적이 있은 뒤부터
나는 되도록
늦은 커피는 타주지 않는다.
내 마음을 아는 남편은
"내일 일 못 나가면 어쩌려고
커피를 타 주지"했다.
"아유 뭐 어때요
하루 쉬면 되지 뭐" 했더니
남편은 빙긋이 웃으면서
"우리 블랙 커피 한 번 마셔 볼까?"하고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테레비 같은 데서
블랙커피 마시는 사람들 보니까
유식해 보이더라"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정말로 설탕과 프림을 빼고
남편에게
블랙 커피를 내밀었더니
한 모금 마신 남편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아우,부식한게 차라리 낫겠다
못 마시겠다.우리 무식하고 말자"
하는게 아닌가
하긴 블랙커피를 마신다고
모두 유식하면
무식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부부는 무식할 정도로
큰 소리로 웃었다.
잠 자리에 누운 남편은
"당신 이번에 돈 나오면
바지 하나 사 입어
거 왜 당신은 멋을 안 부리는 거야?
옆집 진영이 엄마 같이
야들 야들한 바지 하나 사 입어"했다.
"참 누군 못 사서 안 입는줄 아세요?"
당신 땡 볕에서 땀 흘리며 번 돈으로
어떻게 비싼 옷을 사 입어요?"했더니
"다 당신하고 윤정이 위해 일하는데 뭘 그래
이번 달에 사 입어, 파마도 좀 하고"
나는 그만 목이 메었다.
그런 걸 행복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지체 높으신 사모님 소릴 못들어도
어떤 비싼 보석 같은게 아니 더라도
잠깐씩 이렇게 느껴 지는 걸
행복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가끔 남편은
돈 많은 부모 못 만나 배우지 못해서
천대 받는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울분을 토한 적이 있다.
그런 남편을 볼 때마다 나 또한
남편의 직업에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렇게 오늘 같이
잠깐씩 느끼는 감사함으로
남편 직업에 대한 회의를 잊고
깊은 행복감에 젖어든다.
아, 내일 남편의 점심 반찬을
무엇으로 해 드릴까?
자칭 무식한
우리 부부의 초 여름 밤은
시원하게 깊어간다.
==문학상 입선작 중==
말로는 다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엄연히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세칭 노가다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를
남편으로 둔 나는
그가 하는 일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고
어쩌다 친정엘 가도 풀이 죽는데
"남들은 내 남편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마음에 가끔 길을 가다가도
신축 중인 건설 현장을 보게 되면
걸음을 멈추고
"내 남편도 저렇게 일하겠지"하는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며칠 전
남편이 좋아하는
우렁이를 사려고 시장엘 갔다.
우렁이를 사고 막 돌아서려는데
인도네시아에서 온듯한 남자 둘이서
토시를 가르키면서
"이거 얼마예요?" 하고
서투른 우리 말로 물어 보는게 아닌가.
아줌마가 천원이라고 답하자
그 두 사람은 자기네 말로 뭐라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게 보였다.
아마 비싸다는 표정인 거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선량한 두 사람을 보고
이국 땅에 와 천대 받으면서 일하는
외국 근로자의 입장을 생각했고
또한 힘들게 일하는 내 남편이
잠깐이나마
그립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은 햇 빛이 따갑게 내리길래
널었던 이불을 걷으러 옥상에 올라 갔다가
무심코 하늘을 보는데
"화인건설"이라고 쓰여진
곤돌라가 눈에 띄었다.
언젠가 남편이 일하는 곳을
알려 준 적이 있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일하고 있는 현장인거 같아
나는 열심히 그 곤돌라 밑으로
남편 옷 색깔을 찾아 보았다.
아!!!
조그맣게 남편이 보였다.
위험한 난간에서
나무 기둥을 붙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망치로 못을 치고 있었다.
탕! 탕! 못 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 순간 나?? 울고 말았다.
왜 내 남편은 이 더운 여름 날
저렇게 땡볕에서 일을 해야만
처 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꼭 저렇게 힘들게 일해야 하나
내려오는 계단에서
이불을 싸안고
그렁거리는 눈물 때문에
넘어질 뻔 했다.
저녁을 먹고 남편에게
"다리 주물러 드릴께
이쪽으로 누우세요" 했더니
눈이 둥그레 졌다.
별일 다 보겠다는 표정이다.
나는 다리를 주무르면서
"당신 오늘 6층에서 일했죠"
"어, 어떻게 알았어?" 했다.
"오늘 이불 걷다가 봤어요"
우리 옥상에서 바라보면
왼쪽 끝에서 일했죠"했더니
"응"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도 자기가 고생하는 걸
내가 본게 못마땅한 것 같았다.
"냉커피 한잔 드릴까요?"했더니
"아, 타주면 잘 먹지"한다.
사실 남편이
저녁 늦게 커피를 부탁하면
거절했었다.
그다지 커피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밤에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때문에
잠을 못자는 편이기 때문이다.
언제인가 밤에 커피를 마신 뒤
새벽까지 뒤척이더니
일 나갔다가 어지럽다고
그냥 집에 온 적이 있은 뒤부터
나는 되도록
늦은 커피는 타주지 않는다.
내 마음을 아는 남편은
"내일 일 못 나가면 어쩌려고
커피를 타 주지"했다.
"아유 뭐 어때요
하루 쉬면 되지 뭐" 했더니
남편은 빙긋이 웃으면서
"우리 블랙 커피 한 번 마셔 볼까?"하고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테레비 같은 데서
블랙커피 마시는 사람들 보니까
유식해 보이더라"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정말로 설탕과 프림을 빼고
남편에게
블랙 커피를 내밀었더니
한 모금 마신 남편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아우,부식한게 차라리 낫겠다
못 마시겠다.우리 무식하고 말자"
하는게 아닌가
하긴 블랙커피를 마신다고
모두 유식하면
무식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부부는 무식할 정도로
큰 소리로 웃었다.
잠 자리에 누운 남편은
"당신 이번에 돈 나오면
바지 하나 사 입어
거 왜 당신은 멋을 안 부리는 거야?
옆집 진영이 엄마 같이
야들 야들한 바지 하나 사 입어"했다.
"참 누군 못 사서 안 입는줄 아세요?"
당신 땡 볕에서 땀 흘리며 번 돈으로
어떻게 비싼 옷을 사 입어요?"했더니
"다 당신하고 윤정이 위해 일하는데 뭘 그래
이번 달에 사 입어, 파마도 좀 하고"
나는 그만 목이 메었다.
그런 걸 행복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지체 높으신 사모님 소릴 못들어도
어떤 비싼 보석 같은게 아니 더라도
잠깐씩 이렇게 느껴 지는 걸
행복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가끔 남편은
돈 많은 부모 못 만나 배우지 못해서
천대 받는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울분을 토한 적이 있다.
그런 남편을 볼 때마다 나 또한
남편의 직업에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렇게 오늘 같이
잠깐씩 느끼는 감사함으로
남편 직업에 대한 회의를 잊고
깊은 행복감에 젖어든다.
아, 내일 남편의 점심 반찬을
무엇으로 해 드릴까?
자칭 무식한
우리 부부의 초 여름 밤은
시원하게 깊어간다.
==문학상 입선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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