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댓글 조작에 오사카까지 노렸다니…(퍼온글)
본문
퍼온곳 : 기호일보(18. 4.24)
댓글 조작에 오사카까지 노렸다니…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댓글 정책이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심각한 범죄로 나타나고 있다. ‘드루킹’ 등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으로 알려진 네티즌들이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동안 믿기 어렵다는 인식은 있었으나 그래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견 표명과 정치적 판단을 돕는다는 기대감이 철저한 조작과 왜곡에 농락(?)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디지털 정치 브로커의 해악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불신을 만연시켰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10%까지 가볍게(?) 떨어뜨렸다는 보도는 섬뜩하기조차 하다.
물론 그 뿌리는 이명박 정권 당시의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구 차원에서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이라고 하겠지만 이번 드루킹의 댓글 조작과 왜곡 사건은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그런 짓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 줬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일에 대해서 입으로 담을 수 없을 정도의 험한 댓글이 베스트로 꼽히고, 지역 주민들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등에 ‘가짜 후기’가 버젓이 횡행하며, 유통·판매업자로부터 돈을 받고 허위 과대성 광고 게시물이 공공연히 판을 친다.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심각한 댓글 기능을 아예 없애는 것이 좋겠다"는 대학가의 주장까지 나온다.
차제에 우리의 포털이 가진 기술적 코드(code)와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검색 기능에만 집중하고 있는 중국의 바이두나 미국의 구글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이들 포털은 검색창에서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고 언론사 사이트에서 해당 기사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로 여론 형성을 방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극소수 댓글족이 댓글을 유포하고 여론을 선동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호감/비호감, 좋아요/화나요, 댓글 접기와 같은 서비스 방식은 공론장을 황폐화한다. 정치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린다.
드루킹이 설친 그런 범죄의 온상 그 자체이다. 급기야 ‘댓글’이라고 쓰면서 ‘조작’이라고 읽는 것이 인터넷 여론이라는 극언까지 나온다. 그동안 댓글을 찾아보는 것이 일종의 집단 지성이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는데 철저히 배신당한 것으로 더 이상 댓글의 효용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뉴스 서비스 방식을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꾸기 위한 법안이 검토된다고 하니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 지켜 볼 일이겠으나 아울러 포털의 기술적 코드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 더하여 드루킹의 오사카 총영사 직을 요구한 일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선에서 공(?) 세운 인물에게 적절치 않은 외교관 자리를 제공한 일이 몇 번 있어 뜻있는 사람들의 빈축을 샀던 경험이 생생한데 이번에도 그런 일이 일어날 뻔했다.
다행히 인사 검증 단계에서 배제되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댓글의 조작과 왜곡보다 더 큰 참사가 있어났을 터. 지금 아베 정권은 안으로 각종 스캔들로 정권 낙마 위기이고 밖으로는 트럼프 미국 정부로부터도 무역 압박 뒤통수를 맞은 데다 동북아 정세 진전에서는 소외당하고 있는 신세다.
이럴 때 우리가 허약한 아베 정권에 대한 레버리지를 키울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자존심을 배려해야 한다. 우리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운전석에 앉으려면 주변 4대 열강의 합의와 보장이 필수다.
특히 일본은 북한과의 외교 정상화 및 경제적 지원에서 미국보다 훨씬 더 실용적 역할을 할 몫이 있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일본에 ‘일본 열도가 침몰할 때 이주민들에게서 나올 자산들을 자신들이 만든 경제적 공진화모임의 공동체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리 준비할 목적’으로 오사카 총영사를 요구했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는 얘기는 실소를 넘어 아연실색케 할 일이 아닌가.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힘과 의지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찍이 류성룡이 쓴 「징비록」에 성종이 유언을 묻자 신숙주가 대답했다는 "원컨대 일본과 불화하지 마옵소서"란 그 기록은 오늘에도 긴요한 교훈이다.
2018년 04월 24일 화요일 제10면
댓글목록 0